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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의사 Dr MCT Jan 16. 2024

이 꿈이 무슨 뜻일까요? 꿈 해석에 대한 진실

정신과 의사가 진료실에서 못한 말 (19)

'선생님, 오늘도 쫓기는 악몽을 꾸다 일어났어요.’


‘오늘도요? 이번엔 어떤 꿈이었나요?


‘일어날 때는 너무 생생했는데 지금은 기억이 잘 안 나네요. 그런데 너무 무서워서 일어나자마자 불안했어요.’


진료실 의자에 앉자마자 이렇게 말을 시작하는 환자들이 많다. 하지만 꿈을 자세히는 기억 못 하는 경우가 흔하다. 반대로 어떤 꿈들은 너무 생생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줄줄 이야기 하는 경우도 있다. 너무 현실처럼 느껴져서 마치 본인에게 어떤 메시지를 준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꿈이 너무 생생한데 이 꿈은 어떤 의미일까요?' 하고 물어본다. 과연 꿈이 나에게 어떤 얘기를 전달하려는 것일까?




기원전부터 꿈을 해석하려는 시도가 많았다. 꿈이 예언, 텔레파시 등의 기능을 한다고 생각되기도 했다. 20세기 초부터 프로이트에 의해 꿈이 더 주목받았고 이후에도 많은 사람이 꿈으로 인간의 정신 생리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꿈이라는 주제가 정신의학에 편입되었다. 소파에 누워서 꿈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해석해 주는 정신과 의사에 대한 이미지가 생겼다. 이런 요구와 맞물려 정신과 의사 역시 꿈이 뇌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해왔다.


꿈 해석에 관해 이야기하려면 우선 꿈을 왜 꾸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꿈은 넓게 얘기하면 수면 중에 일어나는 뇌의 모든 활동을 의미할 수도 있고, 좁게 얘기하면 우리가 잠에서 깼을 때 기억하는 감각과 이미지라고 얘기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을 왜 하는지 여러 가설이 있었지만, 현재는 꿈이 수면 중 뇌의 정보 처리 활동이라는 설명이 연구자들 사이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래서 꿈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미래를 예지해 주거나 중요한 사실을 암시하는 정도의 의미가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생각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악몽도 마찬가지이다. 악몽을 구분 짓는 명확한 경계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잠에서 깰 정도로 강한 감정적 자극을 주는 꿈을 말한다. 우리는 악몽을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악몽의 주제는 전 세계인이 시대 문화와 상관없이 거의 공유하고 악몽도 수면 중 정보 처리 활동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똑같은 주제의 반복적인 악몽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꾼다면 PTSD 같은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PTSD의 유독 생생한 꿈은 우리 뇌가 제대로 정보 처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프라조신과 같은 약을 복용하면 치료에 도움이 된다.




호접지몽이라는 말이 있다. 장자가 꿈을 꾸고 난 이후 본인이 나비가 됐는지 나비가 내가 됐는지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을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이 말처럼 가끔 현실이 꿈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꿈이 현실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우리가 유독 꿈을 해석하려고 하고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우리는 현실의 문제를 다루기만 해도 벅차다. 꿈이 인간에게 중요한 정신 작용이기는 하지만 너무 집착하거나 의미 부여를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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