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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새해 다짐을 실천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

정신과 의사가 진료실에서 못한 말 (31)

by 정신과 의사 Dr MCT

벌써 2024년 중 반이 지났습니다. 새해가 되며 이루고자 했던 것들에 대해 중간 점검을 하게 되는 시기입니다. 만약 자신과의 다짐을 지키지 못했다 하더라도 너무 낙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새해 다짐 중 92%는 지켜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보면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심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호언장담하며 한 약속들을 이루지 못해 약간 창피할 수는 있겠습니다. 연초에 읽었던 자기 계발서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다짐을 공유하는 것이 목표 달성을 도울 수 있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당황스럽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자신의 목표를 남에게 ‘선언’하는 것이 목표를 이루는데 도움이 될까요? 아니면 훗날 나의 체면을 구길 수 있는 부메랑에 불과할까요?


성공한 사람의 전기에는 ‘나는 00한 사람이 될 거야’라고 공개선언을 했다는 것을 하나의 신화처럼 이야기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마치 그 사람이 그런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것을 강조하듯 말입니다. 또 여러 자기 계발서에는 ‘공개 선언’하는 것이 목표를 이루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합니다. 이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선언의 힘’이 스스로 정체성을 규명하게 하고 스스로에게 책임감을 가지도록 해서 목표 달성을 하도록 돕는다고 합니다.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몇몇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언의 힘’이 우리가 생각한 만큼의 힘은 없다고 합니다.




뉴욕대의 심리학 교수 피터 골위처(Peter Gollwitzer)의 연구에 따르면 오히려 목표를 남에게 선언하는 것이 목표 달성에 방해된다고 합니다. 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목표를 남이 알게 되는 순간 이미 목표를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은 심리적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이는 실제로 목표를 행동으로 옮기기 전 심리적 보상을 받는 것과 같아, 행동의 추진력을 약화시킵니다. 또 사람들은 목표 공개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올해 담배를 끊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자신의 건강에 신경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미 정체성을 확인받았다는 느낌이 들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간이 단지 선언하는 것만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니. 우리 스스로가 그 정도로 단순하게 느껴지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뇌과학적으로 봐도 이것은 근거가 있습니다. 우리 뇌는 실제로 보상을 얻는 순간이 아닌 보상에 대한 예측을 할 때 강한 자극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피터 골위처 교수는 언제, 어디서를 포함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남에게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계획을 철저히 세우는 것입니다. 유혹의 순간 어떤 행동을 할지, 이전의 습관으로 되돌아가지 않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특히 중요합니다. 목표를 자신이 이룰 수 있는 적당한 크기로 쪼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이때 목표는 측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책을 많이 읽기’, ‘언어 공부하기’는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저녁 7시에 집에서 하루에 책 100장 읽기’, ‘매일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영어 공부 20분씩 하기’처럼 구체적이어야 제대로 된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목표를 이루는 방법은 모두가 알고 있는 뻔한 방법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뻔하기 때문에 더 이루기 힘듭니다. ‘불변의 법칙’, ‘돈의 심리학’의 저자로 유명한 모건 하우절은 ‘목표로 삼을 가치가 있는 것에는 고통이 따른다. 중요한 것은 고통을 개의치 않는 마인드다’라고 합니다. 목표는 말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행동으로만 달성 가능합니다. 그래서 ‘공개 선언’이 아닌 ‘반복적인 자기 약속의 실천’을 통해서만 새해

다짐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올해 ‘선언’을 이미 한 상황이라면 지금부터라도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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