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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ctormom Oct 19. 2022

기울어진 육아, 맞들면 낫다

엄마라는 특별함, 받아들이자

맞돌봄이란, 부모가 함께 소통하며 자녀를 돌보는 과정을 의미한다. 

여성의 경력유지와 일할 권리를 위해서는, 그러니까 성공적인 맞벌이를 위해서는,

남녀의 동등한 맞돌봄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외치고 싶지다.

하지만 솔직히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부분의 경우 '처음부터 완전히 평등한' 맞돌봄은 불가능에 가깝다.


갖 태어난 아기는 '주양육자'라 불리는 특별한 한 사람과 먼저 애착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안정적인 심리적 토대를 형성한다. 이때 그 아이를 직접 열 달간 품고, 배 아파 출산했으며, 모유를 생산할 수 있는 사람이 

아기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 수밖에 없으니, 엄마가 아기에게 그 '특별한 한 사람'이 되는 것이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엄마와 아빠의 존재는 출발점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동등한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면 곤란하다. 

더욱이, 본능적인 모성인지 여성 고유의 특성인지 알 수 없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아빠에 비해 엄마들이 자녀를 생각하는 공감능력이 훨씬 뛰어나다. 직감적으로 아이의 상태를 더 잘 인지하고, 아이의 감정을 더 잘 읽어내고 적절하게 대응한다. (모두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에 그렇다는 말이다.)


이런 여러 이유들로, 설사 아기의 첫 애착 대상이 엄마가 아닌 아빠, 혹은 다른 공동양육자였다고 해도,

대부분의 아기들은 결국에는 엄마와 특별한 관계를 형성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그걸 불편하게 여길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를 부인하는 것이 부당할지도 모르겠다. 엄마라는 존재의 특별함은 일생을 사는 동안 무시할 수 없는 큰 힘을 갖는다. 가족 안에서만 누릴 수 있는 따뜻하고 끈끈한 깊은 정서는 대부분 '엄마'라는 존재에서 시작된다. 그 든든함을 장착한 아이들은 자라 가면서 독립된 인격체로 성장할 것이고, 결국에는 부모의 삶을 응원하고 조력하는 친구가 되어 줄 것이다. 부모에게도 자녀에게도 가족 관계의 특별함은 삶을 지탱해주는 뿌리이다.  


건강한 가족 관계의 토대를 형성하고자 한다면, 아무리 공평하게 맞돌봄을 하기로 작정해도 기본값이 기울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음을 인정하고 수용하자. 운이 좋게도 남편이 육아휴직을 하거나 육아에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정말 감사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물리적으로나 경력적으로나 아내에 비해서 남편이 받을 타격이 더 적을 것이다. 그러니 남편이 가능한 한 최대한의 자원과 마음을 동원하여 육아에 동참해야 한다. 그래야 아내가 돌봄에 매몰되지 않고 꺼져가는 듯한 경력의 불씨를 적절한 타이밍에 다시 키울 수 있다.   

최대한 평등한 맞돌봄의 시도는 부모로서의 역할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육아는 부모가 '함께' 하는 것이라고 국민멘토 오은영 박사님도 말씀하셨다. 믿을만한 제삼자의 도움을 얻는 것은 그다음의 차선책이 되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직장들이 호락호락하게 출산과 육아로 인한 휴직을 관대하게 허용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자녀의 취학 전까지는 맞벌이 부부가 자생하기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그리고 각 가정마다 여건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아빠, 엄마의 역할 비율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다. 부모의 일의 성격과 상황, 체력, 경력 목표 등 여러 가지가 고려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부부가 함께하는 것이다. 가능한 부모 역할의 범위를 함께 고민하고 결정, 실천해야 한다. 


여기서의 부모 역할이라 함은 물리적인 가사와 육아노동만을 고려해서는 안된다.

흔히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기저귀 갈기, 이유식 만들기, 목욕시키기, 등 하원 시키기 같은 것들은 가장 기본적인 아이의 생존과 안전에 관한 것들에 불과할 뿐이다.

육아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아이의 소속감의 욕구, 행복의 욕구, 성취의 욕구 등등 발달 과정마다 충족되어야 할 인지적, 정서적, 신체적 측면들을 모두 다루어줘야 한다. 그리고 가능한 모든 관련 자원들이 원활하도록 소통하고 육아 체계를 작동시키는 활동이다. 

육아 과정에는 눈에 보이는 노동 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결정과 고민과 갈등들이 훨씬 더 치열하다. 


좋은 소식은, 육아의 부담이라는 것이 경력의 걸림돌이 되는 상태가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처음의 맞돌봄 불균형은 남편의 동참에도 어찌할 수 없는 한계가 있지만, 결국에 그 간극은 줄어들 것이다. 그러니 아내들이여, 자녀에게 기꺼이 엄마라는 특별함을 제공할 따뜻한 마음의 공간을 비워두자. 그리고 남편들이여, 육아라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총책임자를 아내들이 맡고 있다면 최대한 프로의식을 장착하고 동행해주자. 시간은 흐르고, 부담은 줄어들 것이고, 가족관계의 단단함은 경력에 그리고 삶 전체에 새로운 영감과 기쁨을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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