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5일, 21:45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체육관에 나간 게 2022년 1월이었으니, 대충 2년 2개월 만이고, 이 공백기는 아들의 월령과 정확히 같다. 그즈음엔 열심히 운동했다. 육아가 고되단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나름의 준비를 해둔 셈이었다. 물론 이때 키우고 맞춰둔 근력과 균형은 반년도 지나지 않아 모두 녹아 사라졌다.
나와 아내는 오롯이 둘이 아들을 키우고 있다. 무슨 결연한 의지가 있어 그런 것은 아니고, 부모님 도움 받을 처지가 못됐다. 애당초 이런 상황에 대한 걱정은 딱히 없었는데, 막상 아이를 키워보니 소도 쓰러질 정도로 고단했다. 특히 아내 몫의 고단함이 커서, 나는 어지간해선 업무 외 개인적인 시간을 갖지 않는다. 나 혼자 쓰는 시간은 필연적으로 아내의 소모로 이어진다.
덕분인지 아들은 건강하고 자라주고 있다. 유일하고 잠재적인 문제는 나의 체력에 있다. 기왕이면 더 신나게 놀아주고 싶고, 가끔은 아내가 쉴 틈도 마련해주고 싶은데,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몸은 곧 정신이라, 다정하게 말하는데 이전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졌다.
아들을 키우면서, 종종 안팎으로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단 생각을 했다. 충분히 생각하는 사람, 명료한 단어로 말하는 사람, 다정하게 행동하는 사람, 감정선이 완만한 사람에 가까워지고 싶었다. 근래에 깨달은 것은, 이것들이 모두 ‘일정한 인내의 시간’을 버텨줄 수 있는 육체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회사에 나가는 평일 점심시간을 운동에 할애하기로 했다. 여러 시간대를 고민했지만, 아들과 아내의 시간을 지키고, 글 쓰는 밤을 지키려면 점심시간만한 대안이 없었다. 오늘은 그 첫날이었다. 선생님은 운동 목적이 뭐냐고 물었고, 나는 지금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