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 들꽃, 바람, 오후

언니 같이 갈래요?

by 도도예

제목 언니 같이 갈래요?

“여기가 우리가 살 곳이야?”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시골... 정말 시골 동네였다.

큰 건물도 거의 없고, 아파트도 몇 채 안 보이는 조용한 곳.

이곳이 앞으로 내가 살아갈 동네라고 했다.


6월의 따뜻한 바람이 불던 날,

나는 남편을 따라 이곳, 아산으로 내려왔다.

결혼과 함께 내가 평생 살아온 도시를 떠나,

남편의 삶이 있는 곳으로 터전을 옮긴 것이다.


나는 인천에서 국민학교 시절부터 쭉 살아왔다.

도시의 리듬에 익숙해진 나에게

이곳의 고요함은 낯설고 불편했다.


신혼집을 고를 때,

논밭 한가운데 외딴 아파트와

마트가 가까운 아파트, 두 곳 중 고르라 했다.

나는 시골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마트가 가까운 곳을 택했다.

사실, 거기서 거기였는데.

괜히 고집만 부렸던 것 같다.


이사를 마치고 나는 한동안 절망에 빠졌었다.

버스를 타려면 한참을 걸어야 했고,

배차 간격은 30분.

은행은 하나뿐,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이곳 생활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

남편은 바빴고,

나는 그가 걱정할까 봐

속내를 털어놓지 못했다.

그렇게 말 없는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 무료한 오후,

옆집에 사는 두 아이의 엄마가

우리 집 문을 두드렸다.

“안녕하세요.”


이사 왔을 때 인사하고,

오가며 몇 번 마주친 게 전부였는데

이렇게 찾아온 건 처음이었다.

따뜻한 바람을 타고, 그녀가 내게로 왔다.


그날 이후,

그녀는 시장까지 이어지는 지름길을 알려주고

아파트 산책길을 함께 걸었다.

아이를 안고도 나와 함께 걷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꼭 말했다.

“언니, 같이 갈래요?”

나는 못 이긴 척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가자.”

아파트 산책길에는

이름 모를 들꽃과 풀들이 무성했다.

그녀는 꼭 내 손을 끌며 말했다.

“언니, 이거 봐요.”

내가 놓치지 않도록

계속해서 이곳을 보여주었다.


그 따뜻한 오후,

기분 좋은 바람을 맞으며

나는 천천히 이곳에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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