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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닷 Jan 07. 2023

내가 먼저 신는 엄마 신발

ㅣ 엄마 따라해보기

내가 먼저 신는 엄마 신발

신발을 샀다. 엄마에게 선물해 드릴 신발이었지만 내가 지금 신고 있는 신발과 색상도 사이즈도 똑같은 제품을 주문했다. 그리고 내가 한 달간 신고 다니다가 어제 깨끗이 닦아 선물해 드렸다.


나는 엄마와 똑같은 사이즈의 평발에 아주 두꺼운 발등을 가졌다. 이런 발을 가진 사람은 새 신발을 사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 예쁜 구두를 신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발이 편하다는 브랜드의 신발들도 내겐 불편하기 일쑤다. 이렇게 신발에 민감한 내가 2년 전에 내 발에 꼭  맞는 기능성 신발을 발견한 것이다. 한 달 정도 신고 나니 약간 늘어나면서 찡기던 새끼발가락 부분도 편해졌다. 가격이 부담스러운 신발이었지만 2년간 낡도록 편히 신었으니 아깝지 않았다.


지난번 엄마집에 들렀을 때 엄마는 당신이 신던 새 신발이 영 불편하다며 내 신발에 발을 넣어 보셨다. 편하고 좋은 것 같다고  하셨다. 아뿔싸....  나는 좋은 딸은 못되나 보다. 편하고 좋다고 자랑할 줄은 알고 나와 같은 불편을 겪는 엄마에게 하나 사드릴 생각은 못했다니!


나는 그날 바로 같은 신발을 주문했다. 연로하신 엄마는 딱딱한 새 신발의 불편함을 걱정하셨다. 나는 엄마를 대신해 한 달간 신고 다니며 가죽을 부드럽게 늘렸다. 선물해 드릴 신발이라 걸을 때마다 겉에 흠집이 날까 봐 조심스러웠다. 나는 어제 신발을 깨끗이 닦아 엄마 발에 신겨 드렸다. 딱 좋다며 활짝 웃는 엄마를 보니 진작 이렇게 해 드리지 못했던 게 죄송스러웠다.


새 양말이 좋으면 자식들것도  더 사시고, 고구마 맛있으면 자식들 것도 한박스씩 더 사시고, 어디 꿀 좋다고 자식들 것 더 사다놓는 엄마. 그래서 엄마집에만 다녀오면 늘 트렁크가 묵직하다. 나는 엄마 사랑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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