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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 W Oct 12. 2024

엄마와 아들은 대치 중

아들, 너를 어떻게 해야 할까?


 




작은아이가 제 방에 틀어 박힌 지 일주일이 되어 간다.

닫힌 방문을 바라보며 하루에도 수차례 확 깨부숴 버릴까 고민한다.

하지만, 너무 센 반응은 아이를 더 자극해 우리의 상황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슬쩍 다가가 마음을 풀어줘 볼까? 

하지만 여기서 밀리면 다시는 내 말을 듣지 않을 너라는 걸 나는 안다. 

비슷한 상황이 오면 너는 또다시 반항하며 끝까지 버티겠지.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나는 정말 모르겠다.

분명 내 아이인데, 아이마다 어쩌면 이렇게나 다를까? 

내가 어떤 행동을 취했을 때 작은 아이가 어떻게 반응할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어떤 섣부른 판단도 행동도 취할 수가 없다. 

아이를 모르겠다는 핑계로 대치를 가장한 방치를 하고 있는 나, 얼마나 형편없고 자격미달인 엄마인가. 

도대체 무엇이 작은 아이를 이렇게 몰아갔을까?






모처럼 식사를 같이 하게 된 날, 특별히 특식으로 짜파구리와 마약김밥을 먹기로 했다. 모두 작은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메뉴이다. 짜파구리 요리사를 자처하는 작은 아이가 요리하는 동안 그 옆에서 나는 마약김밥을 말았다. 라디오를 들으며 아이와 노래도 부르고 이런저런 대화도 하면서 화기애애한 시간이었다. 


사달은 식사 도중에 일어났다. 같이 요리를 하고, 큰아이가 식탁을 세팅하고 모두 기분 좋게 식사를 시작했는데, 너무 기분이 좋아서 흥분했었는지, 큰아이가 장난처럼 작은 아이의 어깨를 물었다. 한두 번은 장난으로 넘겼지만, 큰아이는 계속 작은 아이에게 치댔고, 놀리는 말을 했다. 한두 번은 참았지만 그 이상 거듭되니 작은 아이도 나도 불쾌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큰아이에게 '그만하고 밥이나 먹으라'라고 제지했지만, 물론 아이는 한 번에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둘이 투닥거리며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했고, 결국 내가 큰 소리를 내며 '둘 다 그만하고 밥이나 먹어!' 로 상황은 끝나는 듯 했다.  


모처럼 같이 밥 먹는데 분위기 망치지 말고 기분 좋게 좀 먹자고 한소리를 하며 밥을 먹는데, 조용히 밥을 먹는 줄 알았던 작은 아이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작은 아이는 젓가락을 집어던지더니 벌일어나 형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그리고 그 길로 제 방으로 들어가 문을 세게 닫았다. 


큰아이와 나는 작은 아이의 느닷없는 행동에 매우 당황해 어떤 반응도 하지 못하고 어안이 벙벙한 그 상태로 지켜보고만 있었다. 정신이 좀 들고 나자 나는 작은 아이를 속상하게 한 큰아이의 행동을 나무랐고 작은 아이는 진정할 때까지 잠시 그대로 내버려두기로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여느 때와 비슷한 양상의 다툼 정도라 여겼기에 크게 심각함을 느끼지 못했다. 작아이의 속상하고 화가난 마음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았고,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감정이 좀 가라앉은 후 달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아이의 방에서 물건을 집어던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연이어 들리는 소리에 방으로 갔다. 아이는 제 책상의 물건들을 집어던지고 있었다. 전에 없던 일이라 놀라 아이를 보니, 나가라 소리 지르며 나를 내몰았다. 흥분한 아이를 진정시켜보려고 했지만, 어떤 말도 들리지 않는 듯했다.    


"너는 방관자야!"

"뭐?! 너? 너어?!"


작은 아이는 미친 사람 처럼 날뛰었고, 난 아이의 버르장머리 없음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아이는 내가 용납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 화도 정도껏 내야지 어디서 예의 없이 막말을 내뱉는단 말인가.

그 후로 우리는 서로에 대한 나쁜 감정이 가득한 채로 대치 중이다. 


작은 아이는 '다녀오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같은 일상적인 인사들을 모두 생략해 버렸고, 나 역시 그렇게 했다. 눈을 마주치는 법은 당연히 없고, 서로에게 완전히 무관심한 상태를 고수 중이다.   

더불어 아이는 온몸으로 탕탕 거리며 '나 성질났음'을 표출하고 있고, 나는 그런 작은 아이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무시하기도 하며 계속 제동을 걸고 있는 중이다. 

아, 정말 못났다. 이게 뭐 하는 짓이란 말인가.      



작은 아이가 흥분해서 막 내던진 말들을 종합해 봤을 때, 추측건대 작은 아이의 불만은

 '형이 자신을 우습게 여기고 무시한다'는 것과 '내가 저를 형과 차별한다'

는 것 같다. 내가 무조건 형을 두둔하고 형의 편을 들며 자신이 형에게 부당한 일을 당해도 방관만 했다고. 

나는 당연히 억울하다. 나도 둘째라 설움 많이 받으며 컸는데 내가 그럴 리가. 

내 입장에서는 절대 아니라고 아이에게 할 말이 참 많지만 무슨 소용일까.

무슨 말을 해도 넌 들리지 않고,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으며 본인의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는데. 

너는 내가, 나는 네가 전부 못마땅하고 답답하며 틀렸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아주 이기적이며 못 된 인간이라고 낙인 찍어버렸다. 

고로 우리는 서로에게 절.대. 굽힐 생각이 없다.







가족 중에 가장 잘 통하고 잘 지내오던, 나와 작은 아이였으므로 사춘기가 와도 아니 어떤 상황이 와도 크게 걱정할 일은 없을 거라 여겼었다. 그러나, 그건 단지 내 희망사항에 불과했나 보다.  

작은 아이는 큰아이와 달리 아기 때부터도 순둥순둥 나를 애먹이지 않고 행복한 육아가 무엇인지 알게 해 준 고마운 아기였다. 우리는 그렇게 영원히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러나 조용하던 놈이 터지니 크게 터졌고 오래갈 것 같기도 하고, 솔직히 끝이 보이지 않는다. 

성격 세기로는 작은놈이나 나나 막상 막 하라... 더 한 듯하다. 


작은 놈은 '너는 잘못한 게 없냐'는 내 물음에 자신있게 '그렇다'고 했다. 

자신은 제가 할 것들을 확실하게 하고 있고, 자신의 일에 소홀히 한 적도 없으며 다른 사람에게 피해준 적도 없다고. 물론 작은 아이 입장에서 억울한 면이 있기도 하겠지만 본인 스스로 이렇게나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보니 대단히 놀라웠다. 이 대단히 이기적인 철옹성이라니. 

물론 이 와중에도 작은 아이는 학교도 학원도 꼬박꼬박 출석하며, 밥도 거르지 않고 먹기는 한다. 

꼬두리를 잡히고 싶지 않은건지, 저 손해보는 짓은 안하는 이기적인 인간이어서 그런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내가 말한 것은 공부 같은 것이 아니라, 예의와 행동에 관한 거였는데. 

이런 녀석을 어떤 방식으로 상대해야 하는 걸까?  


부모로서 가르치기는 해야겠는데, 어떤 방식으로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예의 없음과 막말과 거친 행동들을 가르쳐야 하는 게 맞긴 한 거겠지? 

내 생각과 판단 등이 의심스럽고, 확신이 서지 않으며 아무리 생각해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놓친 것일까? 

내가 무엇을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걸까?

  

시간이 갈수록, 아이가 성장할수록 나는 작은 아이를 감당하기가 힘에 부친다. 큰아이와는 또 너무나 달라서 더 현타가 오는 것 같다. 큰아이를 키우면서 머리터지게 고민하고 불면의 밤을 보내면서 간신히 버텨온 날들이었는데, 작은 아이는 완전 새로운 생명체라 다시 그짓을 반복해나가니 죽을맛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내 자식이지만 진심으로 밉다. 화가 이런 마음이 들어도 보통은 하루 자고 나면 잊어버리는 나인데, 이번엔 아니다. 웬일인지 계속 밉다. 더불어 내가 지금까지 아이를 키운다고 노력했던 모든 것들이 헛짓이었구나 회의감도 든다. 나는 길을 잃었다. 

엄마 노릇이 너무 지친다. 다 집어치우고 어디론가 도망가 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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