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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작가 Feb 17. 2021

뚝딱하면 짠하고 생기는 줄 알았지

그래도 설레는 시간이었어


결혼한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우리는 이제야 우리의 아기를 갖기로 계획했다.



우린 신체 건강한 성인 남녀이기에 우리만 마음 먹으면 계획대로 척척 될거라고 생각했다. 남편과 나는 둘 다 11월생이라 아이 생일은 좀 빨랐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해보고, 어느 계절에 태어났으면 좋겠다고도 미리 기대해본다. 방학 중에 생일이 있는 친구들은 매년 속상해하는 모습을 봐서 1-2월, 7-8월 생일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우리의 아이를 갖겠다는 다짐을 하니 새삼 기분이 남다르다. 봄이 새롭게 오기 시작하는 3월이었는데 그 해의 3월이 그렇게 설렐 수가 없었다. 선선해지는 바람도, 그 바람에 흔들리는 유채꽃과 벚꽃도 어느 봄과는 다르게 마음이 간질거렸다. 아이가 생긴 것도 아닌데 괜히 더 어른이 된 것 같고, 남편과 둘이 보내던 시간과 공간이 우리가 진짜 '가족'이구나 싶고, 우리 사이에 아기가 생긴다니 남편이 더 애틋해보이기까지 한다.


그리고 드라마에서나 보던 임신테스트기를 직접 구매하게 되는 날이 왔다. 오동통한 볼살과 어색해하는 말투에 '혹시 나를 어린 미혼 여성으로 보지는 않겠지(나는 괜히 이런게 신경이 쓰인다)'하는 사소한 염려에 '임신테스트기 하나만 주세요.'라고 당당한 성인으로서 요구할 수 있도록 약국으로 가는 동안 몇 번을 뻐끔대며 연습했나 모르겠다. 테스트기를 받아들고 집까지 걸어오는데 '내 손에 임신테스트기가 있다니. 내가 언제 이렇게 커서 임신을 확인할 때가 됐나' 신기하고 감탄스럽기도 하다. 드라마에서 수도 없이 봤던 테스트기 두 줄 후의 반응들이 머릿 속으로 스쳐가며 마치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상상도 해본다. 두 줄이라는 게 테스트를 하자마자 짠 하고 나타나는 걸까, 두 줄을 보면 대체 어떤 기분일까, 만약 두 줄이면 어떤 표정을 하면서 화장실 문을 나가야 할까, 남편의 첫 반응은 어떨까 등의 수많은 상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일랑이는 마음으로 따뜻해지는 봄을 맞이한 후에 확인해 본 테스트기는 단호한 한 줄이었다. (이런 걸 단호박이라고 하지?) 수 많은 상상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분홍빛 줄 하나를 받아들이게 된다. 기대와 계획이 너무 거창했던걸까. 임신 테스트기로 확인하기까지 혹시 모르니까 커피도 술도 안먹고, 헬스장에 가서도 운동을 조절해서 했는데 괜히 머쓱하다. (이 때의 좀 더 깊은 이야기는 추후에 따로 담아보려 한다.)



미혼남녀에겐 덜컥 임신이 되어버릴까 조심하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니까 까딱하면 임신이 되는 줄 알았지. 계획 후 바로 임신이 되는 경우도 있고, 계획하지 않았는데 갑작스레 맞이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봤으니까. 



그래? 뭐 어때, 이제 시작한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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