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에라이 됐다' 할 때쯤! 바로 그쯤!
날짜만 맞추면 다 임신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이후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한 달 약 30일, 매일매일의 하루가 쌓여 한 달이 되기에 시간과 기회가 많은 것 같지만 막상 주어진 기회는 한 달에 한 번뿐이라는 사실이다. 정확히 말하면 한 달에 한 주? 그 한 주의 타이밍이 잘 맞아줘야 2-3주 뒤에야 결과를 알 수 있기에 생각보다 시간은 금방 흐른다.
아기를 계획하긴 했지만 당장 급할 건 없다고 생각했기에 차분히 준비를 해나가기로 한다. 결혼을 일찍 했기에 우리는 끝자락이지만 아직은 20대이고, 이직과 또 다른 삶을 개척해나가야 하는 시기이기에 그 시간에 좀 더 집중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린 계획 후 액션을 취했으니 그 액션에 대한 결과가 늘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다.
혹시 모르니까,
혹시 이번에 아기가 만들어졌을지 모르니까, 그 작디작은 세포 하나에 나쁜 영향이라도 있을까 싶어 결과를 기다리는 2-3주 동안은 운동도 살살하고, 커피나 술은 일절 입에 대지 않게 되더라. 괜히 내 뱃속에서 꾸르륵 하는 느낌이라도 들면 '세포분열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싶은 오지랖도 부려보게 된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 평소와 같은 일상생활을 해도 지장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 작은 세포 하나가 내심 신경이 쓰인다.
그렇게 약 3개월이 지났을까. "아니 도대체 왜 안되는 거야?"
노력하면 안 될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우리 부부는, 아기가 급해서라기보다 대체 노력은 하는데 결과가 왜 안 나오는 건지 슬슬 답답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뭔가 실행이 있었으면 그에 따른 결과가 나타나 줘야 하는 건데 말이다. 남편은 이때쯤부터 원인이 무엇일지 분석에 들어간다. 가장 먼저 육식파인 우리의 식단을 살펴보기로 했다. 과도한 육식은 줄이고 의도적으로 채소 섭취량을 늘리기로 하고, 운동의 강도를 높여 체력증진과 체중감소에 힘을 좀 더 써보기로 했다. 물론 엽산도 각자 잘 챙겨 먹었고!
동시의 제주에 여름이 오기 시작하면서 시간은 더 귀하게 느껴졌다. 작년 여름에 제주에 와서 물놀이에 재미를 느껴갈 때쯤 가을이 와버렸으니 이번 여름은 바다와 더 가까이 지내기로 했다. 스노클링과 자연 파도타기, 특히 서핑을 시작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였다. 덕분에 수영복이 마를 날이 없이 시간을 보내는데 우리에게는 또 중요한 과제가 있지 않은가. 한 달 4주, 물속에 들어가지 못하는 한 주와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한 주, 과제 이후 몸을 사려야 하는 한 주를 보내면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시간은 매 달 일주일뿐인 것이다!
거 참, 여름이 되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은 욕심이 엄청났다. 사실 남편은 한 달 내내 언제나 구애 없이 물속에 들어갈 수 있지 않나. 서핑하고 싶어 근질거려하는 남편을 보는 게 내심 마음이 좋지 않아 나는 해변이나 바다 앞 카페에서 책을 읽을 테니 남편은 서핑 연습하도록 같이 나서기도 했다. 혼자서도 재밌어하며 파도 위에 떠있는 모습을 보고만 있기에 너무 부러웠다. 여름이 끝날 무렵, '앞으로 못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에라 모르겠다!' 나도 바다에 들어갔다. 이대로 여름을 보낼 수는 없었다.
"될 대로 돼라. 되면 말고 안되면 더 놀지 뭐!"
사실 몇 개월의 시간이 흐르면서 소식이 없다는 건 '아직 우리가 준비가 안되어 있는 걸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됐다. '그래, 이렇게 둘이 더 놀고 좋지 뭐. 우리가 진정으로 아빠, 엄마가 될 준비가 되었을 때 하늘에서 내려주시겠지' 마음을 내려놓게 되면서 마지막 여름을 조금 더 가볍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2020년 제주에 태풍이 오기 전 올여름 정말 마지막으로 바다에 들어갈 수 있는 날이 될 듯하다. 쌀쌀해지는 날씨에 자칫 감기 걸릴 수 있을 것 같아 남편만 바다로 들어가고 난 카페에서 몸을 사렸다.
그렇게 2주 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