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인 The playlist다. (트레일러) 총 6부로 1편에 50분 내외로 하루에 다 보거나, 이틀 정도면 부담 없이 볼 수 있을 만하다. 스웨덴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한 스포티파이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배경이 그렇다 보니 배우들도 스웨덴어를 구사하고 현지에서 촬영한 장면들도 많다. 이전 글에서 어렵다고 찡얼댔었던 스웨덴어를 직접 들어볼 수 있고 그들의 사고방식의 일면을 접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후기이므로 이제부턴 작품에서 인상 깊었던 점을 적어본다.
우선 구성이 깔끔하다. 6개 에피소드의 제목은 각각 The Vision, The Industry, The Law, The Coder, The Partner, The Artist이다. 각 화마다 특정 인물의 시점에서 스토리를 풀어나가는데 질질 끌지 않고 핵심 위주로 딱딱 풀어나가서 좋았다. 예를 들면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 1화는 스포티파이 창업자의 시점에서 그 시작을 다룬다. 2화는 당시 음악 저작권 위반으로 논란이던 The Pirate Bay 와의 재판을 뮤직 레이블 대표의 입장에서 다룬다.
다음 장점으로 영상미를 꼽고 싶다. 3화부터 5화는 스포티파이가 성공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각각 변호사, 프로그래머, 공동창업자의 관점에서 다룬다. 같은 이야기를 다루지만, 변호사의 시각에서 다룬 3화는 프로그래머의 시각인 4화보다 훨씬 더 색감이 화려하다. 뿐만 아니라 뮤지컬 같은 연출, 슈트 같은 법정드라마에서 느낄 수 있는 긴장감과 카타르시스도 훌륭하다.
마지막으로 관점에 따른 시각차를 짚고 넘어가지 아니할 수 없지 않지 않을 것이다. 스포티파이의 성장 과정은 분명 고정된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마치 역사처럼, 사람마다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한다. 변호사의 이야기에 프로그래머가 사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프로그래머의 이야기 끝자락에 공동창업자가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스토리탤링은 매력적이다.
인상 깊었던 점 다음으로는 생각해 볼 점을 다룬다.
The Playlist는 이상을 현실에 구현하는 이야기다. The Pirate Bay처럼 정당한 비용을 내지 않고 음악 파일을 다운로드하여서 듣는 것이 아니라,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이 손쉽게 음악을 찾아서 듣고, 아티스트들은 돈을 버는 이상을 구현하는 스포티파이의 이야기다. 언제나 그렇듯, 이상은 완벽하더라도 현실은 시궁창이다. 6화에서는 이 성공 스토리의 어두운 면을 그린다. (그 메시지를 던지는 방식은 다소 아쉽지만 깊게 다루지는 않겠다.)
시리즈가 마무리되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며 작품은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아티스트들은 정당한 대가를 받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그 문제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더 큰 개인 저택을 지으려는 창업자에게 있는가? 아니면 이익의 70%를 가져가는 뮤직 레이블에게 있는가?
그렇게 답이 없지만 그렇기에 더욱 흥미로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을 이어가다 보면 불현듯, 질문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그렇다면 아티스트들에게 주어질 '정당한 대가'가 무엇 일지에 대한 질문부터 새로운 갈래를 뻗어나간다. 예술계나 스포츠계는 극단적인 승자독식 구조다. 적당히 뛰어나다면 먹고살기 힘든 업종인데 그러면 음악으로 인한 결실을 아티스트들에게 어떻게 나눠야 정당할까? 아니면 그런 승자독식 구조부터 바꿔야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