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처럼 충분히 숙성을 시켜 고친다. 진짜 와인처럼 몇 년씩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 하루에서 한 달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 이것에도 얽매일 건 아니다.
내 글이 '새롭게 보이는' 기준에서 단 몇 분이든 몇 시간이든 며칠이든 무관하다. 중요한 건 '시간을 두고 익숙한 글을 낯설게 보느냐'에 달려 있으니까. 다만 너무 오래 끌어선 또 안 된다. 완성해서 공유되지 않은 글은 존재도 존재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이슈와 관련이 깊거나 트렌드에 꼭 맞춰 빨리 발행해야 하는 휘발성 글이 아니라면 일단 쓰고 적당한 시간을 두어 고치는 방법을 권장한다.
2. 긴장한 상태에서 고친다
어느 정도 습작 글이 쌓이면 과감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 이건 온라인에서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이다. 누군가 나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공유를 해갔다면 그 상태에서 독자의 입장에 빙의해보는 거다. 그리고 눈에 걸리는 건 과감히 고쳐보자. 긴장한 상태에서는 좀 더 '본능적으로' 감각이 살아나 객관화할 수 있다. 마감효과를 활용하는 것도 긴장한 상황에 나를 노출해 글쓰기(특히 퇴고 과정)에 몰입하는 좋은 방법이다.
만약 글을 쓰기 시작한 지가 얼마 안 되었다면 인스타그램에 이미지로 올리는 건 비추다.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길 바란다면 인스타그램에도 수정할 수 있는 본문 텍스트로 올리거나, 웬만하면 수정이 가능한 글쓰기 플랫폼을 활용하자.
3. 평가를 받고 고친다.
온오프라인에서 객관적 피드백을 받아 보는 거다. 글에 대해 말을 해보고 고칠 수도 있고, 글을 직접 보여주고 고칠 수도 있다. 이때는 '이성적으로' 감각이 살아난다.독자의댓글이나 메시지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고치는 것도 좋다. 상처받을 거 없이 다양하게 독자마다 느낄 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자. 이는 자존감이 높은 글쟁이가 되는 훈련과정이다.
평가에 휘둘리라는 소리가 아니다. 주체성은 잃지 않되, 내 글을 퇴고할 때 최대한 객관화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4. 맞춤법 검사를 해서 고친다.
요즘은 블로그나 어플에서도 '맞춤법 검사' 기능을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네이버 블로그나 카카오 브런치는 PC 버전에서 맞춤법 검사 기능이 있어 편리하다. '씀'이라는 어플은 짧은 글쓰기에 최적화되어 있지만, 터치 한 번만 하면 되니 맞춤법 검사에 용이하다. 또한 http://speller.cs.pusan.ac.kr/ 사이트에서 무료로 맞춤법을 확인하며 고칠 수 있다. 맞춤법 검사기를 돌리는 것이 습관이 되어야 퇴고가 확실하게 이뤄진다.
습관적으로 맞춤법 검사를 하다 보면 결과만 놓고 보는 게 아니라, 내가 자주 범하는 맞춤법 오류가 있는 걸 확인할 수가 있다. 그럼 조금씩 줄여 나갈 수 있으니 맞춤법에 신경 쓰면서 처음부터 글에 억압을 받거나 문법 공부를 따로 하거나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4. 힌트를 얻어 고친다.
이 세상에는 나와 비슷한 주장을 하는 사람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혹은 동의나 대안을 제시하는 비판을 할 것이다. 그런 사람과는 토론을 해보거나 대화를 나눠보면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비슷한 주제에 관해 이미 더 좋은 논리를 구사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제 막 신선한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검색을 하거나 도서관 등에서 자료검색을 하는 것도 좋겠다.
주장이 아니더라도 어떤 테마에 대해 표현하기를 꽂혀서 집중적으로 다루는 필자도 있다. 최대한 더 많은 세상을 넓은 시야로 접하고, 나만의 고립된 세계에서 과감히 벗어나 힌트를 얻자. 그리고 고쳐보자.
5. 소리 내어 읽거나 프린트해서 고친다.
'음독(音讀)'을 해본다. 글에 따라서는 해석이 들어간 '낭독'이라고 해도 좋다. 읽어 보며 고치는 건 독자의 입장에서 글을 읽는 것과 더불어 뭔가 어색한 걸 발견하기에 좋은 방법이다. ~것, ~부분, ~인 것 같다, ~수 있다, ~시키다 와 같이 바꿔도 되는 표현들을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된다.
주술 호응의 여부를 파악하거나 더 들어맞는 단어 찾기, 문장의 조합, 빼도 무관한 사족 등을 걸러 내기에 탁월하다. 또한 프린트(출력)를 해보면서 빨간펜 선생님이 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6. 시간을 제한해서 쓰고, 분량(글자 수)을 제한하여 고친다.
문자를 보낼 때 MMS로 넘어가기 전까지 글자 수 제한에 맞춰 긴 장문을 보낸 기억이 있는가?
혹시 그 시대가 아니라면 인스타그램(해시태그를 다는 텍스트 부분)이나 트위터 글자 수 제한에 걸려본 적이 있는가? 그 분량에 맞추기 위해 우리는 가장 불필요한 단어와 문장을 바꾼다. 앞뒤 문단을 바꿔 보기도 하며 뺄 걸 과감히 뺀다. 그때 주로 빼고 다듬는 것은 '접속사', '조사', '부사', '중복어'이다.
시간제한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하는 방법인데, 7살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4시간 글쓰기를 놓은 적이 없다고 한다. 중요한 건 최대 4시간을 넘지 않는다는데 있다.
또한 글쓰기 수업 등에서 대부분 최소 20분 글쓰기를 한다는 통계 데이터가 있는데, 이를 토대로 필자 역시 글쓰기 강좌에서 20분 글쓰기를 권장해왔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최소 20분 ~ 최대 4시간 동안 집중하는 매일 글쓰기를 권장하는 것이다. 더 쓰고 싶어도 스톱! 하는 시간을 제한해서 쓰는 글쓰기 연습과 글의 분량을 자체적으로 제한하면 고치는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