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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영 글쓰기 Dec 06. 2021

나이, 감정 무디어지는 연습

나 스스로와 친해지자. 해마다, 하루마다. 중요한 건 기분이 아니라 행동

요즘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의 테마는 '나이'다. 30대 후반이 된다는 것은 20대에서 서른 살로 접어들 때와는 또 다른 오묘함이 있는데, 이는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나이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그냥 가만히 있어도 해마다 더해지는 숫자로 정의한 사람들은 무책임하고, *이립(而立)/불혹(不惑)/ 지천명(知天命)처럼 의미를 담아낸 공자는 자기 삶에 책임감이 있는 걸까?

*≪논어≫ <위정편(爲政篇)>에 나온다.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나는 15세가 되어서 배움에 뜻을 두었고(지우학), 30세에 학문의 기초를 확립했으며(이립), 40세에는 미혹되지 않았고(불혹), 50세에 하늘의 뜻을 알았으며(지천명)..."


일부는 맞다고 본다. 내가 나름의 정의로 나이를 먹어간다는 점을 전제하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허송세월이 되지 않으려면 새로운 것에 자꾸 나를 내던져봐야 좋다. 그래야 이립에 이어 불혹과 지천명 등을 깨우칠 것이니까.

그중에서도 나는 나이 먹는 일을 감정이 무디어지는 연습의 과정이라고 정의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런 것이다.


그럴 수 있어
오 하나 배웠네
다시 또 해보면 되지
뭐 어때?

모든 실패에 있어서 감정을 너무 예민하게 굴지 않는 태도가 한 살 한 살 먹어가며 얼마나 유연한 결과를 낳는지 몸소 체험해보았기에 이 말들의 소중함을 안다. 일희일비하기에는 하루가 너무 짧다. 하루는 작은 인생이고, 아침에 태어나 저녁에 죽는다는 생각으로 채워감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 어쩌지' '겨우 이것밖에 안 되나 봐' '진짜 저 자식만 아니었어도'라고 자책하거나 남 탓하기엔 쌓여가는 지금이 미래를 어떻게 다가오게 할지, 그 기운이 긍정일지 아닐지 안 봐도 하다.

tvN 유퀴즈 - 아이유 편

종교가 있든 없든 하루를 신께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께 기도를 하면서는 욕을 하거나 자책을 하기보다 경건하게 돌아보며 성찰로써 객관화를 한다. 희망적인 미래를 빌어본다. 내가 욕망하는 바를 고해 본다.


만약에 신이 랜덤으로 내 어떤 하루의 기도를 들어준다면? 기도가 아니라도 내 평소 바람을 들어준다면? 하고 생각해보라. 지금 내 감정을 분노, 증오, 싸구려 욕망으로만 점철하진 않을 것이다.


처음 연인과 헤어졌을 땐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난 죽어야만 사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더 좋은 사람, 더 나와 잘 맞는 사람을 알아보는 눈을 그 과정에서 가지게 되었다. 대에서 힘들 때도, 첫 책을 냈을 때도, 면접에 탈락했을 때도 회사에서 퇴사를 했을 때에도 같았다. 그당시엔 몰랐지만 심히 깨달은 바.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


이걸 깨우친 후에 내 삶은 사건과 사고 하나하나에 아프거나 데는 법이 없었다. 그게 일부에 불과하다는 걸 알면서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성숙하다는 것에 이제는 익숙해졌다.

무언가와 결별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게 꼭 사람이 아니라도 그렇다. 나는 잘 알게 되었다. 집이든 취미든 중독된 무엇이든 간에 '뭐 어때?' 정도로 툴툴 털어내는 시간이 점점 짧아질수록 홀가분해진다는 것을.


어차피 당연한 것도, 영원한 것도 처음부터 없었으니까.


모두가 죽어가고 소멸해간다. 그 관계에서 가장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무엇보다 나 자신이다. 나는 나에게 대부분이나 나를 이루는 전부는 아니다. 마찬가지로 나를 구성하는 무엇은 전부일 수 없다.


한 해가 떠나간다. 새로운 해가 밝아온다. 새날이 시작되고 나는 반복되는 죽음만큼 반복되는 탄생을 하며 새로운 하루를 또 채워간다.


한 살 한 살 헛되이 살지 않기 위해 감정을 관리한다. 때로는 X 같아도 할 수 있는 마음. X 같아도 담백하게 계속해가는 지속성이 현재의 삶을 유의미하게 만든다.


기분을 끌어올리거나 자신감을 높이는 건 하나도 잘못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성공으로 가는 확실한 길은 기분이 별반 차이가 안 날 때조차 행동을 하는 것이다. 기분이 엿 같아도 프로젝트를 끝내는 것이다. 초조하거나 겁이 나더라도 그 사람한테 데이트 신청을 하는 것이다. 집중이 잘 안 됨에도 불구하고 아랑곳없이 공부를 하는 것이다. (중략) 중요한 것은 기분이 아니라 행동이기 때문이다.

- 개리 비숍 ≪나는 인생의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바꿔보기로 했다≫ 중에서

https://linktr.ee/leedong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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