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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반북스 Dec 15. 2021

강아지에게 점수 따기

[작은 친구들 10호] 이지은의 에세이

* <작은 친구들>은 동물책 소규모 서점 동반북스와 친구들이 만들어가는 매거진입니다. 우리에게 영감을 준 털복숭이 작은 친구들을 사랑하고 그들과 함께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정기 간행물입니다. 월1회 발행되며 4컷 만화와 크루들이 추천한 도서를 비롯해 채식레시피, 일상의 온기를 담은 에세이를 싣습니다.




"나 우리 집 강아지한테 서열 낮아~" 


이런 말을 강아지 키우는 사람들에게 종종 들어봤을 것이다. 강아지에게는 가족의 서열이 있어, 가장 좋아하는 가족 구성원이 서열 1위, 가장 점수가 깎인 구성원이 서열 꼴찌다. 나는 늘 강아지들에게 서열이 낮았다. 절대 사람 먹는 음식은 못 먹게 해서 우선 감점을 당한다. 이건 물론 빵이나 과자 같은 강아지들이 먹었을 때 안 좋은 음식 한정이다. 당연히 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으면, 또 좋은 냄새가 풍기면 강아지들은 와서 똘망똘망한 눈으로 쳐다본다. 그렇지만,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은 주지 않는다. 여러분들에게 조금 고자질을 하자면, 친언니는 빵 같은 음식도 강아지에게 덥석 줘 버려서, 강아지들에게 점수가 높다. 그렇지만, 그러면 나중에 탈이 나 버릴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나는 늘 점수가 낮다.


특히, 강아지들을 너무 예뻐하면 그들이 귀찮아해서, 서열이 낮아지기도 한다. 똘이에게 먹을 건 제한해서 주지, 항상 예쁘다고 옆에 딱 달라붙어있으니 나는 늘 점수가 낮다. 귀찮아서 늘 '흥~' 하는 모습에도 너무 귀여워서 옆에 꼭 달라붙어 있는다. 애정도와 점수는 늘 비례하지 않는다. 고양잇과의 똘이는 도도한 성격이라 오히려 애정을 주면 돌아서고, 애정을 안 주면 '나를 안 예뻐한다고?' 하며 일부러 옆에 온다. 특히 똘이를 산책시킬 때 가장 웃픈 장면을 발견한다. 똘이에게 "아유~ 예뻐라~ 얘 좀 봐." 하는 사람에게는 일부러 도도하게 '흥' 하며 돌아서는데, 그때 살짝 어깨가 으쓱 올라와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를테면 남학생들이 우르르 길가에서 몰려 가면서 똘이에게 관심도 안 줄 때, 똘이는 일부러 그 근처에서 어슬렁댄다. 자신을 봐달라는 것 같기도 하고, 강아지인데도 사람 같아서 그런 장면을 발견할 때 참 재미있다. 아무튼, 똘이에게 나는 서열 5위.



우리 집 콩이에게 가족 서열 1위는 내 동생이다. 어렸을 때부터 동생이 콩이를 가장 예뻐하고 귀여워해서, 이미 정해진 마음속 1위를 누구도 바꿀 수 없다. 동생이 집에 오면 가장 좋아하고, 내가 오면 실망한다(?). 엄마와 콩이는 매일 두 번 정도 산책을 하려고 하는데, 어느 날은 엘리베이터에서 동생 체구의 여자를 보자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확인했다고 한다. 평소 가족 외의 다른 사람은 무서워하는 콩이가 다른 사람이 동생인 줄 알고 슬쩍 확인하는 장면에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 날은 내 방에 콩이가 들어와서, 나를 지나쳐 침대 너머로 고개를 쭉 빼서 뭔가를 찾았다. 침대 뒤로도 가서 빼꼼 무언가를 찾았다. 나는 갸우뚱했는데, 콩이가 찾는 게 바로 동생이었다. 그 장면을 나만 목도했는데, 정말 귀여워서 숨 막히는 순간이었다. 


요즘 동생은 주말에 가족들이 다 같이 외식이라든지 긴 시간의 외출을 할 때 TV를 켜서 유튜브 채널로 '강아지 음악'을 들려준다. 동생 말로는 강아지 음악을 들려주면 외출을 다녀왔을 때 콩이의 표정이 편안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강아지 음악을 틀고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온 동생은 매우 만족스러워한다. 그래서 나는 동생에게 콩이가 진짜 좋아하는 건지, 아님 콩이에게 강아지 음악을 틀어주는 본인을 만족스러워하는 건지 물었는데 어찌 되었든 음악을 들은 콩이의 얼굴이 한결 편안한 건 아무래도 사실인 거 같다. 집에 강아지를 혼자 두고 가는 반려인이 마음이 불편해서 하는 자기 위안일 수도 있지만, 뭐든 간에 강아지에게 좋을 것 같은 건 해주는 게 맞는 것 같다. 수제 간식이든, 강아지들에게 좋은 음식을 해 주는 거든, 그들을 위해 마음을 써주는 게 사랑을 표현하는 행동이다. 강아지들도 다 그런 사랑을 느끼고, 행복해할 테니 말이다. 그러니,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그들에게 서열 몇 위든, 맘껏 사랑해주자. 맘껏 점수 따며 사랑을 표현하자는 것이다. 



글쓴이. 이지은

© 동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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