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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색 돌멩이 Oct 08. 2024

먹고사니즘에 이골이 난 돌멩이의   잃어버린 일기장

005. 흥을 어떻게 참고 살아?


또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센다.

한쪽 등은 합선이 됐는지 깜빡깜빡.

더 참을 수가 없다. 내일 다 폭파시켜 버려!!





#함께하면 더 좋을 플레이리스트


<감성겨울여행 김경미>

https://www.youtube.com/watch?v=XupLlcnGQeQ&t=11s






오늘은 '랄라이모님'에 관한 일기다.

이 분은 꽤나 흥이 넘치는 분이다.

밝고 쾌활한 기운에 웃음소리도 대장군 같으셔서 이렇게 닉네임을 정해봤다.


이전에 우연히 통화하시는 걸 듣게 됐는데,

내 추측으로는 누군가가 랄라이모님의 가무 실력을 칭찬하는 통화였던 것 같다.


"아이 참, 조용히 살려고 했는데 ㅎㅎ.."


여기까지 듣고 자리를 떠났다.

'그쪽으로 재능이 있으신가 보다.' 하며

그렇게 몇 달이 흐른 후덥지근한 어느 가을날.


랄라이모님 가까운 쪽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나를 가만히 바라보시더니 문득 노래를 틀어달라고 하셨다.


"실장님! 노래 틀어줘요!"


라며 종종 부탁하셨기 때문에 자연스레 <7080 레전드 모음집>을 틀어드렸다.

몇 곡 듣다가 갑자기 본인께서 직접 노래를 틀어도 되는지 물으셔서 핸드폰을 건네드렸다.

자판이 너무 작아서 안 보인다고 하셔서 qwerty 키보드에서 천지인으로 바꾸고 다시 건네드렸다.


랄라이모님이 재생한 것은 <감성겨울여행>이라는 영상이었다.


"이제 겨우 여름 지나고 가을인데, 가을 노래 들으셔야죠. 웬 겨울인가요??"


내가 그렇게 말했더니 약간 쑥스러운 듯 웃으셨다.

영상 속 노래들은 원곡은 아니고 무명 가수가 커버를 한 곡들이 나오는 영상이었다.


그냥저냥 듣기 편안한 보컬이라 만족하며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랄라이모님과 친한 '맥주싸모님'이 다가오며 하시는 말씀이,



"이 목소리 누군지 몰라요 실장님? 하하하."



아, 아이고 이런. 어쩐지.


그렇다. 영상 속 목소리의 주인공은 랄라이모님이었다. 우와.


"아니, 어떻게 참고 사셔요??"


내 물음에 "다 옛날이지. 이젠 목소리도 안 나와." 라며 답하셨다.


알고 보니 한때 버스킹도 하신 적이 있단다.

내가 시도조차 한 번 못해본 그 버스킹.

직접 녹음실에 찾아가 녹음도 해본 적이 있다고도 하셨다.


아.

진지하게 음악 해보려다 결국 놓아버린 나에게는 꽤 멋진 충격이었다.


마침 내 어머니와 동년배이기도 하셔서 복잡한 감정이 더 쏟아진 것 같다.

우리 엄마도 많은 걸 포기하며 살아왔을 거라는 뭉클함과 함께..


깡마른 체구에 자주 배고파하는 이모님.


이리 들썩, 저리 들썩, 가만히 앉아서 일하는 스타일이 아닌 이모님.


성격도 손도 엄청 빠르셔서 같이 일 할 때면 감탄을 자아내는 이모님.


본인의 의지가 확고하면 꽃분할모님에게도 당당히 배틀(?)을 신청하는 이모님



랄라이모님! 저는 오늘부터 이모님의 열혈 팬입니다!

앞으로도 참지 마시고 마음껏 매력 발산하며 행복한 나날 보내시길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저 플리 중에 '만남'이 참 좋습니다. 목소리랑 찰떡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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