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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희 Sep 14. 2022

통일 이론의 꿈

세상 통합

현대 물리학이 다루는 세계는 고전 물리학의 세계에 비해서 매우 크고 깊다. 크게는 백억 광년의 시공간과 작게는 물질의 기본단위인 쿼크에 이르기까지 방대하다. 이전의 생각에서 머물지 않고 실제로 속속들이 파헤쳐져 과학적 지식의 영역이 매우 넓어졌을 뿐만이 아니라 축적된 양 또한 어마어마하다. 현대 물리학이 밝혀낸 것은 우리가 고전 물리학으로 바라본 자연보다 자연은 훨씬 더 단순하고 통일적인 자연법칙들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이다. 통일적인 자연법칙이란 우주라는 거대한 몸집이 어떤 규칙 하에 운행됐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의미이다. 우주 물질을 구성하는 더는 쪼갤 수 없는 기본입자는 매개 입자에 의해 그들의 상호작용에 관여하는 힘들에 따라 상호작용하는데 매우 잘 짜인 법칙에 준거한다. 오늘날 물리학자들은 표준모형이라 불리는 매우 잘 맞는 이론적 틀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발견된 법칙을 기반으로 수학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한 표준모형이 우리가 궁금해하는 세계를 모두 설명해주는 모형이라고 믿는 학자는 없다. 모형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양자 세계와 상대성의 개념을 통합할 단서를 전혀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이론적 추론으로 좀 더 일반화된 새로운 이론적 모형의 개발이 수십 년 동안 시도되었다. 


표준모형이 수많은 엄격한 실험의 검증을 통과하고 있는 동안 실험 결과와 맞지 않아 폐기된 이론적 모형은 매우 많다. 대다수의 비표준 모형은 물리적 계수가 있어 물리량의 예측값이 계수에 의존한다. 이 경우 실험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모형 내의 계수 조정을 통해 얼마든지 물리량을 조절할 수 있으므로 폐기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백여 개의 계수를 가진 초대칭 모형은 계수 조절이 얼마든지 가능하여 실험 결과와 맞지 않아 폐기되는 일은 좀처럼 없다. 설령 그렇더라도 수많은 다른 비표준 모형은 이들 모형이 올바르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단 한 번의 실험적 결과도 아직 없다. 이것이 지난 50년간의 실험을 통하여 밝혀진 사실이다. 


90년대 중반에 초끈이론의 M-이론은 종결자라고 할 정도로 우주를 포괄적으로 기술하는 단 하나의 방정식으로 여겨졌다. 이론은 자연의 모든 힘을 아우르는 통일장 이론으로 표준모형을 포함하는 모든 것의 이론이라는 찬사를 얻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일 수도 있다는 것의 흥분은 1, 2년 이내에 사라져 버렸다. 방정식의 가능한 해의 개수가 10의 500승 개로서 이들 모두가 물리적으로 가능한 해라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해의 개수가 우주를 구성하는 입자의 수보다 더 많다. 각각 해가 특정의 우주를 지칭하므로 가능한 우주의 개수가 이처럼 많다는 뜻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이 중 한 개의 해가 우리 우주의 경우일 수가 있지만 해가 너무 많으므로 어떤 것이 우리 우주의 해인지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불가능의 확률이지만 설령 무슨 수로 꿰맞추면 오늘날 인류가 알고 있는 우리 우주에 존재하는 기본입자와 힘들에 의한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해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하더라도 10의 500승 개의 하나일 뿐이다. 이를 어찌 해석해야 한단 말인가?


통일 법칙 하에 이론을 구성하는 사례는 비단 자연과학에서만 있는 일은 아니다. 우리는 어떤 일이 일어나면 인과 관계를 찾아내어 그 이유를 파악하려고 한다. 일이 일어난 원인이 여럿일 수 있지만 이들을 추적하다 보면 의외로 이들 원인이 일어나게 된 하나의 근본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여러 원인을 설명하는 하나의 근본 원인은 문제를 깨끗하게 풀어줄 것이다. 이처럼 사회생활을 통한 문제 해결에 인과 관계를 많이 사용한다. 사회과학에서도 그러한 시도는 있었다. 윤리, 정치 등 자연과는 상관없는 인간 관련에서도 그렇다. 윤리와 정치를 논할 때도 통일적 법칙을 우리가 상정할 수 있다면 법칙 하에 모든 이야기를 묶어 그러한 기준 아래에 논증을 한다면 일관성과 보편성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학문을 만든 최초의 지성이자 동시에 모든 학문을 통일적으로 기술하려 한 최초의 대학자이다. 그의 놀라운 연구 결과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고 밀레투스학파로부터 플라톤까지의 200년 간의 놀라운 성취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도전이 있었기에 뉴턴 물리학도 가능했고 그 이후 일어난 과학적인 모든 것이 성취 중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의 도전은 어린 시절의 적절한 교육, 아카데미아에서의 플라톤으로부터의 교육, 당시 그리스의 정치적 상황이 조화롭게 맞물려 맞물려 놀라운 성과를 창출해 내었다. 그의 성취는 곧 인류에게 학문 연구를 가져다 주었고 그의 통일적 생각은 현대 물리의 통일장 이론과 깊은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의 학문적 성취 특히 과학적 성취없이 오늘날의 물리학이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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