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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희 Mar 01. 2021

인간. 자연. 통일하다 2부 초고를 끝내며

글쓰기의 어려움

현재 연재하고 있는 '인간. 자연. 통일하다' 2부의 draft가 완성이 되어서 브런치 북으로 올렸다. 얘기했던 바와 같이 본래 방학 기간 동안 draft를 만들려는 계획이었는데 이제 반쯤 끝낸 것 같다. 딱이 시간을 달리 허송한 것도 없는데 반만을 끝냈다고 생각하지 말고 반이나 끝냈다는 즐거움이 있기는 하다.


일전 '물리학의 인문학적 이해'를 탈고할 때 교정 작업이 매우 힘들었었다. 아마도 초안이 나온 후로 30여 번 정도 정독하며 계속 고친 기억이 새삼스레 살아난다.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었는데 사실 그때 초고는 지금 연재하는 '인. 자. 통' 원고에 비하면 초고가 아닐 만큼 날 것이었다. 수많은 문장이 각각 서로 날 뛰고, 문장 각각은 군더더기가 너무 많고, 문장과 문장이 두 번 미분이 가능하지 않는 요철처럼 딱딱하고 날카로워 눈이 피곤할 지경이었다. 그러니 좌절과 좌절을 반복해야 했고, 문제는 보이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몰랐는데... 여하튼 30여 번 전체 교정을 반복한 후에야 글들이 부드럽고 문장 간의 연결이 깔끔해졌고 군더더기도 없어졌고 redundancy도 없어졌다. 힘들 때마다 나는 제발트와 유르스나스의 글을 떠 올렸다.


제발트는 그의 소설 이민자들에서 글쓰기의 어려움을 고백한다. 요약하면 이렇다. '집필 작업은 매우 힘겨웠고 진척이 없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무언가 묘사하는 대상에 대해 적절히 그리지 못할 것이라는 무력감은 글 쓰는 행위 자체에 회의감을 느끼게 하였다. 수백 장의 원고를 대부분 연필로 그어 지워버리거나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최종 원고조차 쓸모없는 휴지조각처럼 느껴졌다.'

  

마르그리트 유르스나스의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에 대한 저자의 노트에 그녀의 절망이 이렇게 담겨있다. '회상록 전체를 대화체로 시도하여 방대한 분량을 쓰다가 결국 포기하고 다시 쓰는 절망, 그간 수집했던 자료를 불태우는 절망, 글이 만들어지지 않아 우울을 통한 절망' 등 저자가 얼마나 고통을 느끼고 작품을 탄생시켰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들이다.


지금 내가 연재하는 이 글들은 그때에 비하면 정말 양반이다. 글이 부드러워졌고 우선 맞춤법에서 거의 살아남는다. 물론 문장과 문장 간의 매끄러움은 덤이다. 원래 이랬던 내가 아닌데 결국 '물리학의 인문학적 이해'의 교정을 볼 때, 나는 혹독한 수업을 한 것 같다. 그리고 글을 잘 쓰기 위하여 각종 관련 책들을 읽은 것도 도움이 되었다. 특히 우리 글을 쓸 때의 주의 사항인 '적의를 보이는 것들'이라는 문구를 항상 명심하였다. 잘 읽어보면 문장에  , , , ’이 너무 많다. 이런 것은 없어도 문장이 된다. 쓸데없이 들어간 것이다.  

    

아래 내가 교정을 본 '물리학의 인문학적 이해'의 초고 문구가 교정 후 어떻게 변했는지 보라. 깔끔하고 간단명료하게 변해있다. 우리는 군더더기 말들을 무심코 문장에 쓰고 있다. 연습을 거쳐야 할 것이다.


(교정 전) 실험이나 관측에 근거하지 않고 오로지 이성적 사유만으로 과학적 진리를 얻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17세기의 데카르트는 몸소 보여 주었다. 실험 또는 관측의 중요성은 그와 동시대를 살면서 세계에 대해 진리를 끌어낸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갈릴레오 Galileo, 케플러 Kepler, 하비 등은 데카르트와 같이 동시대에 생존했던 사람들이다. 하비의 인체의 혈액 순환론, 갈릴레이의 망원경을 통한 행성에 대한 천상 세계의 이해와 지상에서 물체의 운동에 대한 새로운 발견, 케플러의 태양계 운동에 관한 3가지 법칙 등은 모두 올바른 지식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연의 현상을 이해하기 위하여 단지 생각을 하여 결론을 내린 것이 아니라 일어나는 현상을 직접 관찰하거나 인위적으로 도구를 만들어 실험 또는 관측을 했다는 것이다. 데카르트의 방법과는 상반되며 실험 또는 관측을 통한 방법이 자연현상을 올바로 이해하는 방법임을 함의한다.


(교정 후) 실험이나 관측이 아니고 이성으로 과학적 진리를 얻는 것이 불가능함을 데카르트는 보여 주었다. 그와 동시대에 실험 또는 관측으로 자연의 진리를 끌어낸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비의 인체의 혈액 순환론, 갈릴레이의 행성에 대한 천상 세계의 이해와 지상에서 물체의 운동, 케플러의 태양계 운동에 관한 3가지 법칙 등은 모두 올바른 지식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연현상을 이해하기 위하여 일어나는 현상을 직접 관찰하거나 인위적으로 도구를 만들어 실험 또는 관측을 한 것이었다.


쓰는 게 편해졌으니, 계속 아이디어가 독서와 함께 솟아났으면 좋겠다. 2부의 초고를 완성한 것을 자축하며...  이 초고는 초고다운 초고임을 공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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