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우체국

시 생각

by 동네시인

“우체국에서 편지 한 장 써보지 않고

인생을 다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또 길에서 만난다면

나는 편지봉투의 귀퉁이처럼 슬퍼질 것이다”

#안도현 <#바닷가_우체국> 중에서 「바닷가 우체국」 문학동네





편지를 언제 써봤는지 아득하기만 하다.

아니 언제부터 편지를 안 쓰게 되었는지...

편지로 마음을 전하던 시절이 있었다.

밤을 하얗게 불태우며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고.

그러고도 며칠을 망설이고 망설이다 우체통으로 향하던 편지봉투.

그리고 난 뒤에는 긴 불면의 시간을 안절부절 보내던 시절.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우체국”을

“옛사랑이 살던 집을 두근거리며 쳐다보듯이 오래오래” 바라보는 이가 있다.

그는 바닷가 우체국이 “한 마리 늙고 게으른 짐승처럼 보였으나”

“곧 그 게으름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하염없는 바다만 철썩이고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우체국이 하루종일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그리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아득한 바닷가 우체국을 배경으로

“부치지 못한 편지를 가슴속 주머니에 넣어두는 날”과

“오지 않는 편지를 혼자 기다리는 날”들을 생각하며

“사랑은 열망의 반대쪽에 있는 그림자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며

“삶이 때로 까닭도 없이 서러워”하던 시인이

“편지 한 장 써보지 않고 인생을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편지봉투의 귀퉁이처럼 슬퍼질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바닷가 우체국에서 편지를 쓴다는 건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것이다.

고백하고 싶은 것이고,

이름을 가슴에 새기는 것이고,

잊지 못하는 그리움을 담는 것이다.

때론 용서를 구하기도 하고,

눈물을 닦아주고 엷은 미소를 띠기도 하는

살포시 안아주고 토닥여주기도 하는 것이다.




바닷가 우체국에서는 편지 쓰는 법을 알려준다.

설렘과 걱정, 기쁨과 슬픔, 좌절과 희망도 편지에 담아준다.

편지를 부치는 법도 알려주고, 편지를 받는 법도 알려준다.



바닷가 우체국을 바라보며 시인은

4페이지에 걸친 긴 이야기를 이렇게 끝맺는다.

“그리고 때로 외로울 때는”

“나도 바닷가 우체국처럼 천천히 늙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도 안도현 시인처럼 그렇게

바닷가 우체국을 바라보며

편지지에 아득한 그리움을 담아본다.



<답 시>


“고백하지 못한 말들을 엮어

어둠을 틈타 편지를 쓰고

졸고 있는 초승달 옆에서

가을 닮은 노래 한 소절 읊조리고

그러다가 불쑥 네 생각도 하면서


그렇게 지금도”


- 자작시 <지금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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