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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총각 Nov 26. 2018

점심시간이 기다려지는 이유

어머님의 손두부

청국장

"청국장 잘 먹네"


"네 저 가리는 음식 없어요"


"두부도 좋아하나?"


"그럼요!"


강원도 인제. 래프팅으로 유명한 인제는 산이 정말 많았다. 겉으로 보았을 땐 여기에 밭이 있다고? 할 정도로 산이 많은 지형이지만, 산골짜기 깊숙히 들어가면, 국내 생산량의 60%가 넘는 풋고추가 생산되는 지역이다. 이곳에서 만난 아버님 역시 풋고추 농사를 지으셨는데, 고추밭 대부분은 해발 300m이상의 산 중턱에 위치해 있었다. 그래서 일을 하기위해서는 차를 타고 20분 정도 달리고 험악한 산을 타고 넘어 가야만 드넓은 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전에 밭에 나가 열심히 일을 하다보면 어느새 점심 시간이 다가왔다. 점심을 먹기위해서는 다시 차를 타고 20-30분을 내려와야 했다. 일하러 가기도 불편하고 날씨도 더워 힘들었지만, 나는 일하는 내내 밥먹을 생각에 절로 기분이 좋았다. 손주 같은 나를 위해 매번 새로운 반찬을 해주시는 '어머님의 밥상' 덕분이었다.


더운 날 밖에서 농사일을 마치고 먹는 밥인데 '무엇인들 맛없으랴'싶지만, 강원도 산골의 정이 그대로 느껴지는 밥상은 소 먹는 양의 두배를 먹게 되는 마법 같은 밥상이었다. 어떤 날은 갈비를 뜯고, 어떤 날은 생선뼈를 바르고.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다.

 

갈비구이와 생선구이


이런 만족감이 최고치에 도달했을 때가 있었다. 식사를 하시던 어머님이 나에게 물어보셨다.


"두부 좋아해?"


"그럼요!"


"두부 한번 해줘야겠네"


무심코 하신 말씀인 줄 알았는데, 다음날 점심으로 두부를 준비해주셨다. 오전에 고추밭에 가서 일을 하는 동안 어머님은 직접 가마솥에 콩을 불리고 삶아 두부를 만들어 놓으셨다.


가마솥에서 건져온 두부

집에서 두부를 만들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두부를 만드는 일은 아주 번거롭다. 콩을 불리고, 껍질을 벗기고, 갈고, 끓이고, 간수를 넣고, 누르고...

번거로운 과정을 알기에 두부에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갔는지 느낄 수 있었다. 어머님, 아버님과 함께 사시며 일하시는 아드님(나와는 나이차이가 있어 형님으로 불렀다) 말씀하셨다.


"이야~ 나한테도 이런 거 안 해주시는데, 네가 정말 맘에 들었나 보다"


너무 감사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얼굴도 모르던 남이었는데, 이런 나에게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을 해주신다니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나는 바로 만든 따끈한 두부에 양념장을 올린 다음, 한 숟가락 크게 떠 입속으로 가져다 넣었다. 어머님의 정성이 담긴 이 두부는 뱃속은 물론, 마음까지 따뜻함으로 가득 채워주었다.



아직도 이 두부만 생각하면, 그때의 그 촉감과 맛이 기억날 정도이다. 힘든 일을 하고 돌어와 먹었던 고소한 두부의 맛.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두부였다.


2018.06.06-06.10

강원도 인제


@도시에서온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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