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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뺨 Nov 20. 2020

나를 마주하는 연습

어제의 나로부터 멀어지기 Part 3. 명상

커다란 창문으로 보이는 연녹색 은행나무 이파리들이 예쁜 초여름의 토요일,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명상을 했어요. 명상의 주제는 ‘나와 관계를 맺기’였어요. 내가 나를 마주하는 연습을 해보는 거래요.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명상을 이끌어나가는 지도자가 미리 말해줘요. 명상 후에 그 감상을 자신만의 단어로 표현해서 모두와 나누자고 말이에요. 굳이 무언가를 말하고 싶지 않은 날이었지만 원칙에 따라 한 문장으로 정리해봤어요. 오전에는 '날씨 흐림'이었지만 오후에는 '날씨 게임'이라고.


스스로를 마주하기란 언제 어느 때고 항상 어려운데, 그 날따라 말하기 싫은 마음까지 수용하려다 보니 더욱 힘들었지 모예요.


'여전히 힘들었구나.'

'지금도 힘들구나.'


어두웠던 마음을 외면하고 애써 밝은 척하려 했던 마음을 알아채요. 물론 알아채도 무슨 뾰족한 수가 생기지는 않아요. 단지 나를 마주하는 명상을 통해서 스스로에게 솔직한 순간을 만들어주는 것뿐이에요.


그러고 보니 이 날 명상을 마무리하는 데에는 숨은 영웅이 따로 있었네요. 두서없는 말을 끝까지 경청해준 옆자리 사람. 우연히 옆 자리에 앉아 두 눈을 마주치고 고개만 가만히 끄덕여주던 고마운 사람. 덕분에 외롭지 않았어요. 내 이야기를 정성껏 들어줘서 정말로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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