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해단 Oct 04. 2023

병, 간병

부모님은 평생 아프지 않을 줄 알았다. 어딘가 병이 생길 거라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아무리 티브이 건강프로그램에서 암에 대해 겁을 줘도, 우리 가족은 피해 갈 줄 알았다. 하지만 아빠에게는 뇌출혈과 간암이, 엄마에게는 유방암이 찾아왔다.


왜 내 부모님은 이렇게 많이 아픈 거야? 내 유전자에는 왜 이렇게 병이 많아?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해? 부모님의 몸에서 이상이 나타날 때마다 날카로운 물음표가 내 머릿속을 잔인하게 찢어놓았다. 


아,

나 진짜 불효녀인가 봐..


아차 싶었다. 모든 물음표의 방향은 나를 향하고 있었다. 부모님 걱정보다 내 걱정을 먼저 하고 있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부모님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뿐이라고 생각했다. 잔뜩 어른스러운 척을 하며 부모님 옆에서 간병인의 역할하기.


간병은 힘들다. 집에 가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좁은 간이침대에서 며칠, 몇 달, 길게는 몇 년을 보내야 한다. 다인실을 쓰면 나만의 공간은 커튼 안뿐이다. 아니 따지자면 환자의 공간이지, 내 공간은 없다. 아픈 사람은 나보다 더 힘드니까 힘든 티를 내지도 못한다. 잔뜩 예민해져 있는 다른 환자들과 간병인들 사이에서 눈치껏 행동해야 한다. 


하지만 병원도 사람이 살아가고 있는 공간이다. 반복되는 나날 속에도 소소한 웃음과 새로운 만남이 있다는 것. 하루는 좌절했다가, 또 다음날은 의지 넘치는, 그런 평범한 곳이라는 것. 나에게 병실은 그저 우울하지만은 않은, 다양한 경험과 성장의 장소였다.


두 번의 간병을 통해 나는 절대 당사자들의 마음을 백 프로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게, 옆에 있어주는 것. 그것이 간병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을 배웠다.


내가 풀어나갈 이 이야기는 그러한 간병의 이야기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