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내 집이 될 수 있을까
사랑이 시작될 땐
기쁨과 떨림, 설렘으로 가득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불안이라는 감정이
슬그머니 머리를 든다.
‘혹시 나만 이렇게 느끼는 건 아닐까?’
‘오늘따라 말투가 차가운 것 같은데…’
‘이 사랑, 계속될 수 있을까?’
그건 사랑이 깊어졌다는 신호이자,
사랑을 잃을까 두렵다는 증거다.
칼 융은 이렇게 말한다.
“불안은 우리가 진짜 중요한 것과 가까워졌다는 증거다.”
사랑이 불안한 이유는
우리가 진정한 사랑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마음을 여는 일이고,
마음을 연다는 건 결국
내 상처까지 보여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랑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안식을 찾을 수 있을까?
그건 상대가
내 감정의 피난처가 되어줄 때다.
좋은 말을 해줘서가 아니라,
아무 말 없이도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안정되는 관계.
그 사람이 내 마음의 ‘집’이 되어주는 순간.
그 안에 머물면,
나는 더 이상 사라질까 두려워하지 않는다.
진짜 사랑은
불안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불안을 함께 견디는 일이다.
[레옹의 시]
누가 널 채갈까
행여,
다른 곳을 볼까
친구 만나고 왔다 할까 봐
골목어귀 니 그림자 보이면
후다닥 숨어 버린다
담배냄새 풍기며 들어가고
비누냄새 풍기며 마주한다
난 알아
우리의 믿음이 굳건하단 걸
우리
부끄럽지 않기로
눈빛으로 약조한다
등 돌린 자세로
미안함을 감춘다
뒤돌아
꼬옥 안아본다
[레옹의 연구노트]
불안은 사랑의 그림자이자,
사랑을 지키려는 마음의 반응이다.
그러니 우리,
불안 앞에서 너무 미안해하거나 예민해지지 말자.
사랑이 깊어지기 위한 작은 진통일 뿐이니까.
나에게 당신은,
조용한 등불 같아요.
멀리서 바라만 봐도
마음이 사뿐히 내려앉는
그런 안식의 장소.
"그곳이 당신이에요."
표지이미지:핀터레스트 HsreshAnes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