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읽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목 Apr 18. 2020

[심리] 아빠 마음 탐구생활

슬기로운 중년 생활을 위한 셀-프 문답

세상이 복잡해지더니 사람들이 멍청해진 걸까? 여기저기 슬기로움을 찾는 방송과 책들이 넘쳐나더니 이젠 중년의 삶조차 그래야 하나 싶었다. 하기야 요즘 나도 그 의사들에 빠져 과거와 현재를 오락가락하며 추억 팔이를 하고 있으니 할 말은 없다. 지금 서평을 적는 동안에 그 쥬~의 노래가 차례로 흘러나온다.


세월은 저 혼자 부리나케 달리더니 나를 중년, 솔직히 언제부터가 중년인지도 헷갈리지만 청년은 아니고 노년은 더더구나 아니니 중년이랄밖에. 어쨌든 쉰을 넘긴 나이로 나를 순식간에 데려다 놨다.

제목이 아빠 마음 탐구생활인데 내 아빠의 마음을 탐구하는 건 아니지 싶다. 분명 셀프 문답이니까. 그렇다면 내 마음을 탐구하란 거겠지? 그러려면 역시 슬기로워질 필요가 있어 보이긴 하다. 책장을 펼쳐들고 심히 당황했다. 장황한 설명이나 공감 가득한 상담가의 따뜻한 위로의 말들이 채워져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허허 이렇게 여백이 주는 난감하고 어려움을 느끼 게 할 줄 미처 몰랐다.


이렇게 텅 빈 페이지 위에서 저자는 30분 정도 머무르면 좋다고 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오래 머물러야 하는 페이지가 많다. 그리고 가뜩이나 많아진 눈물을 확인하게 된다. 젠장, 젠장, 젠장할!


정말 뒤도 옆도 보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렸는데, 누가 뭐래도 나름 최선을 다했는데 셀프 문답을 하자니 왜 억울하고 서러운 걸까. 이제 와 둘러보니 다른 이들은 무리 지어 다른 곳에 있고 나만 동떨어져 혼자 멈춰 선 느낌이 든다. 어디로 가고 있던 건지. 달린 건 맞는지. 왜 이렇게 뒤처져 있는 건지.


지금에서라도 알아챈 것이 다행인 건지 아니면 차라리 좀 더 뛰었어야 하는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젠장, 젠장, 젠장할!

"나에게 중년기는 ______다."


'시계'다. 중년기에 대한 질문에 결국 이렇게 밖에 쓰지 못했다. 배우 김혜자는 수상소감에서 "인생의 빛나는 것이고 눈이 부시게 오늘을 살"라고 했는데. 나는 아직은 제 앞가림이 서투른 청소년인 아이들이 있고, 이제는 아들에 대한 기대보다는 자신들의 노후를 기대하시는 부모님이 계시니 오늘을 눈이 부시게 살기는 사실 어렵다.


인생에서 눈이 부신다는 것이 꼭 경제적 풍요로움이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건 알지만 그저 같은 시간 일어나 출근하고, 같은 시간 동안 일하고 같은 시간에 잘 수 있도록, 그렇게 시계 같은 일상이 유지될 수 있도록, 잘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밖에. 어쩔 도리가 없다. 그래서 울컥한 것도.

이 책은 이렇게 '자녀', '배우자', '자신'에게 여러 질문을 받는 형식으로 스스로를 돌아 보게 만든다. 간단하게 때론 그렇지 않게 답을 해야 하는 질문들이 물을 잔뜩 머금은 솜처럼 마음을 무겁게 침잠하게 만든다. 뜻밖에 몰랐던 내 모습도 불쑥 솟아오르기도 했다.


각 질문 끝에는 저자는 스스로에 대한 탐구를 정리해 준다. 근데 뭐랄까. 면대 면 상담이 아니라 뭉뚱그려 정리하다 보니 지금 흔들린 내 감정을 다독여 준다는 느낌은 그다지 들진 않는다. 하기야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거늘 그대가 어찌 알겠냐만. 그리고 좀 색다른 건 독자의 느낀 점을 큐얼 코드로 쉽게 밴드에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게 무료 상담 개념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어쨌거나 타인에게 털어놓기는 아직 부끄러워 난 패스!


스스로 일상에, 어제가 아닌 오늘이 지친, 더더구나 당신이 중년이라면 더더구나 자신을 돌아보는데 꽤나 유용하다. 하지만 우울감은 덤일 수 있다. 우린 갱년기이므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