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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승, 나의 멘토, 나의 하나님

by 두니

오늘은,

매일 아침 거실 창 너머로 보이던

북한산을 바라보며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자연스럽게 흥얼거리던

그 익숙한 풍경과는 멀리 떨어진,

조금 낯선 계곡에 와 있습니다.


이 낯선 곳까지

주님은 여전히

저를 찾아와 주실까요?


열왕기하 2장.


스승이자 멘토였던 엘리야와의 이별,

그리고 엘리사가 하나님의 사람으로

홀로 서가는 과정을 읽으며,

문득, 나 역시,

더 이상 붙잡을 수 없게 된

의지하던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했던

그 순간의 내 모습과 마주합니다.


내게 엘리야는 누구였을까요?


스무 살,

갓 성인이 되던 해부터

매일, 매시간을 채워주던 '일'—

그 일이 바로 나의 엘리야였습니다.


나는 그 일을

스승으로, 친구로, 멘토로 삼았고

그 일 안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일을 내려놓은 지

반년이 흘렀습니다.


Retire—

타이어를 바꾼다는 의미처럼

이제는 새 신을 신고

팔짝 뛰어야 할 때라 말하지만,

정작 내 마음은

놀고먹을 자신도,

마냥 쉴 여유도 없습니다.


홀로 남겨진다는 건

이미 수도 없이 겪어온 일이지만,

그 모든 순간에는

늘 ‘일’이 있었습니다.


'일'은

나의 중심이었고

존재 이유였으며,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붙들어주는

분명한 증표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일이 내 곁을 떠났고,

나도 홀로 남겨졌습니다.


이제는

하나님의 약속을 의지해

새로운 삶의 방향을,

새로운 정체성을,

새로운 사명을

조심스레 찾아가야 할 때입니다.


문득문득,

‘내가 잘 가고 있는 걸까?’하는

불안이 스치고 지나가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하나님의 말씀이

오늘도 내 하루를 찌르고,

위로하고,

달리 살아가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하나님 안에서
아프고 기쁘며,
기다림으로 설레는 하루를 맞습니다.


하나님의 사람으로 서야 할 그 자리,
낯설고 조용한 이곳에서—

나는 다시,

나의 스승이요 멘토 되신

하나님을 다시 깊이 의지합니다.


오늘도…

말씀을 따라

다시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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