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마주한 실패 앞에서
강한 성향을 가진 내게도
용기가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부당한 권력 앞에 서야 했던 순간,
낯선 시간과 장소에
첫발을 내디뎌야 했던 순간,
그리고 무엇보다
잘못을 인정해야 했던 순간에는
더 힘 있는 용기가 필요했다.
그 용기는 소리 없는 울림 같았고,
조용하지만 내 안에 단단한 빛이었다.
나는 그 빛을 따라 살아왔고,
그렇게 가르쳐왔다.
그런데 오늘,
그 믿음을 흔드는 작은 사건과 마주했다.
몇 주 전부터 손꼽아 기다려 온
2박 3일의 혼자만의 시간은
하나님과 깊은 교제를 위한
소중한 여정이었다.
그러나 야영장에 도착하자마자
마주한 현실은 기대와는 너무 달랐다.
예약한 내 자리는 여전히
다른 이들의 텐트와 짐으로 가득했다.
관리자의 당황한 모습,
닿지 않는 연락,
그리고 세 시간 넘는 기다림 속에서
나는 겨울바람만큼이나
차가운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그러다 결국 돌아온 그들은,
실수를 인정하기보다는
관리자와 나를 향한
비난과 비하로 응수했다.
“우린 짐이 많으니,
아줌마가 다른 데크를 써라.”
“왜 굳이 여길 고집 하냐.”
그들의 날 선 말들은
언 몸보다 더 아프게 내 마음을 후벼 팠고,
나는 끝내 한마디를 뱉고 말았다.
“아저씨,
그걸 말씀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이 말이 그들의 귀에 닿기도 전,
후회가 밀려왔다.
그 한마디가 내 하루를 무겁게 짓눌렀다.
참을 걸 그랬다.
이렇게
이 하루는 ‘실패한 하루’로 기록되었다.
하지만… 정말 실패였을까?
하루를 돌아보며
나는 다시 주님 앞에 다시 섰다.
상처로 가득한 마음,
분노로 흔들린 시선,
낙심한 감정의 한가운데서도
나는 고백한다.
“주만 바라봄.”
오늘의 선물은 이거다.
야영장에서 마주한 쓰디쓴 실패.
그 실패 속에서
나는 더욱 진실한 기도를 드릴 수 있었고,
내가 가장 약해진 순간에
가장 솔직한 모습으로
주님께 나아갈 수 있었다.
“낙심하지 말라
내가 너의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 이사야 41:10
주님,
기다리지 못한 나의 성급함도,
상처받은 마음도,
그리고 내 입술에서 나온 후회의 말도
그대로 주님께 드립니다.
오늘의 쓰디쓴 하루가
결국 주님 앞에 드려진 예배가 되기를 원합니다.
낙심한 자리에서 다시 주를 바라보게 하소서.
주만 바라봄.
그 고백으로 다시 시작하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