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일하시는 하나님을 만나는 새벽
8월 3일, 주일 새벽 5시에
'하나님은 명사요, 동사이시다.'
라는 제목으로 발행 예약해둔 글이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7월 13일 주일 아침.
목사님의 설교 속에서
귀에 익은 문장이 들려왔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승리하라."
그 메시지 한가운데서
내가 써 두었던 바로 그 문장이 흘러나왔다.
‘하나님은 명사요, 동사이시다.’
순간, 귀가 쫑긋 섰고
몇 주 전, 마음을 담아 써 내려갔던 그 글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정확히 기억해내진 못했지만
가슴 깊은 곳이 철렁 내려앉았다.
혹시 내가…
하나님의 뜻을 어긋나게 해석한 건 아닐까?
성경 일독을 막 시작한
미숙한 묵상으로
하나님의 이름을 감히 내 방식대로 풀어낸 건 아닐까?
예배후,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예약해둔 그 글을 열어 다시 읽었다.
그리고 ‘예약 취소’라는 버튼 위에
마우스를 올려놓고 한참을 망설였다.
혹시 또,
나를 앞세운 생각은 아닐까.
하나님보다 앞서 말하고,
하나님보다 앞서 판단하려 한 건 아닐까.
혹은, 그 글을 올리는 일이
하나님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었다면?
브런치북에 올린 다른 글
나의 마음, 나의 기록마저
부끄럽고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그 순간,
한참을 멈춰 있던 내게
그 글이 말을 걸었다.
“나는 단순한 생각의 나열이 아니야.
그날, 너는 진심으로 말씀 앞에 엎드렸었잖아.”
지워버릴 수 없었다.
감히 지울 수 없었다.
그 글은 나의 오만함이 아니라,
말씀 앞에서 무릎 꿇었던
내 진실한 고백이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한 자리에 멈춰있던
마우스에서 손을 뗏다.
그리고, 다시
지금 이 망설임조차 귀하게 여기며
이 순간을 순종의 기록으로 써내려갔다.
어쩌면, 나는 지금도,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고,
그분의 뜻을 따르며,
그분과 동행하는
그 '동사적인 신앙의 길'을
살아내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무릇 하나님의 영으로 인도함을 받는 사람은 곧 하나님의 아들이라.”
― 로마서 8장 14절
– 발행예약된 원본 글 –
밖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이 시간에...
갑자기 잠에서 깨어날 이유도 없었고,
이 시간에...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그 문장 앞에
마음이 멈춰 선 이유도
딱히 설명할 수 없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창밖의 고요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서 울린
낯선 소리 때문이었을까.
시계를 확인했다.
새벽 3시 26분.
다시 눈을 감으려 했지만,
그 문장이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누군가의 강연에서, 책에서,
혹은 오래전
누군가의 입을 통해 들었을 그 말이
이 새벽엔 전혀 다른 깊이로 다가왔다.
그리고 어느새,
그 문장은 자연스레
요한일서 4장 8절의 말씀으로 이어졌다.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내 안에 울림처럼 번져온
새로운 한 문장.
"하나님은 명사요, 동사이시다."
출애굽기 3장 14절.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니라.”
하나님은 단지 '느껴지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존재하시는 분,
존재 그 자체셨다.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은
베드로와 바울의 하나님으로,
어제도 계셨고,
오늘도 계시며,
내일도 동일하게 계실
'나의 하나님'이셨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영원한 명사, '하나님'
그 이름 자체가 존재였다.
히브리서 13장 8절.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시니라.”
변하지 않는 ‘명사’이신 하나님은,
요한복음 5장 17절에서는
“내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
지금도 일하시는 ‘동사’이신 하나님이시다.
지금도 일하시고,
말씀하시고,
찾으시고,
용서하시고,
치유하시고,
함께 걸으시는 하나님.
이사야 43장1절-2절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
“네가 물 가운데로 지날 때에 내가 너와 함께할 것이라...”
그 하나님이
내게 확신의 손을 내어주셨다.
하나님은 '명사'이시다.
처음부터 계셨고,
영원토록 동일하시며,
진리로 존재하신다.
하나님은 '동사'이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랑하시고,
일하시고,
우리를 부르신다.
그분은 처음부터 하나요,
나중에도 하나이시다.
나를 잠에서 깨우셨던
그 새벽,
고요한 어둠 가운데
하나님은 내게 말씀하셨다.
“나는 명사요, 동사다.”
그 음성이
오늘 하루
내 삶을 움직이는
진짜 ‘동사’가 되기를.
그 말씀이
내 걸음을 이끄는
살아 있는 힘이 되기를.
주님,
존재하시는 하나님을
오늘,
내 삶 속에서
행하시는 하나님으로
만나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