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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건수 Feb 04. 2018

움직이는 창의 클래스: 피드백 반영과 이용 규칙 정하기

은빛초 마지막 수업

디자인 설명회에서 총 여섯 가지 이슈가 생겼습니다. 오늘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이용 규칙을 만듭니다. 마지막 수업 시간입니다.


설명회 다시 보기


지난 시간 한들반 어린이 건축가들이 개최한 디자인 설명회가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셨지요. 교장선생님께서는 일이 있으셔서 참석하지 못하셨지만 두 교감선생님과 교무부장님, 행정실장님은 물론이고 6학년 학생 학부모이시기도 하신 이윤하 건축가님과 이영진 목수님께서도 함께 자리해 주셨습니다. 오랜 기간 학교를 지켜오신 분과 각 분야의 전문가가 더해져 알찬 피드백이 오갔습니다.



많은 이슈를 묶어 정리해보니 대략 여섯 가지 해결해야 할 사항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그중에는 어린이 건축가가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있었지만 전문가나 학교의 도움이 필요한 문제도 있었어요.

 


예를 들어 안전 문제는 전문가가 해결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겠지요. 지난 시간 행정실장님이 소방 안전 문제를 제기했을 때 아이들은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었습니다. 설명회가 끝나고 나서는 '생각하지도 못한 질문이었다.'라는 반응이 나왔지요. 서랍이 많아 수납할 공간이 많은 건 좋지만 쓰레기를 무분별하게 버리면 누가 관리할 거냐는 지적에서도 한들반 친구들은 제대로 답변할 수가 없었습니다. 당장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문제를 제기했을 때 왜 그러면 안되냐고 반발하기보다는 공감을 많이 하는 편이었습니다. 레고에서 매직블록으로 넘어오면서 아이들의 창의성이 활짝 열린 것처럼 설명회를 거치고 나니 공간을 보는 시야가 훨씬 넓어졌습니다.

 

문제 해결 1. 전문가 


먼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이슈는 안전, 벤치 사이즈, 서랍 관리입니다. 그림으로 보기에 안전이 우려되거나 복도 바로 옆에 붙어 있는 탐구마당에 들어갈 수 있는 적정한 복도 폭을 유지하는 건 경험자의 손길로 해결하는 게 훨씬 합리적입니다. 설명회 이후로 디자인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설명회 전(좌), 후(우) 디자인 변경사항설명회 전(좌), 후(우) 디자인 변경사항


우선 안전 문제 지적 사항을 해결했습니다. 왼쪽이 디자인 설명회에서 나왔던 디자인이고 오른쪽이 이후 수정된 디자인입니다. 가장 크게 바뀐 점은 오른쪽 탐구마당으로 진입하는 복도 폭과 쉼터로 진입하는 입구 크기입니다. 둘 다 예전보다 훨씬 넓어졌지요. 불과 몇십 센티미터지만 이처럼 작은 차이가 큰 변화를 만들기도 합니다. 진입로가 넓어졌기에 좀 더 안전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거죠.

 

설명회 전(좌), 후(우) 디자인 변경사항설명회 전(좌), 후(우) 디자인 변경사항


두 번째는 낙서판이 자리한 쉼터 디자인이 바뀌었습니다. 이전과 비교하면 조금 단순해진 모습이지만 쉼터에서 놀다가 걸려 넘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줄어들었습니다. 턱과 경사가 줄어든 걸 볼 수 있지요. 그리고 특정 행위보다는 다양한 놀이를 담을 수 있는 무대처럼 공간이 변했습니다.



중간마당이 내려다보이는 창문 앞 벤치 디자인도 조금 변경되었습니다. 적정한 복도 폭을 확보하기 위해 블록 사이즈가 450mm에서 400mm로 바뀌었습니다. 어른이 앉기에는 조금 불편해졌지만 어린이들이 쉬기에는 적당한 사이즈지요. 벤치 옆과 뒤를 차지하고 있던 수많은 서랍장들은 전부 생략되었습니다. 숨기는 재미가 많은 것도 좋지만 관리가 안되면 냄새도 날 테고 가기 싫은 곳으로 변하게 될 가능성이 많으니까요. 대신 낙서판 쉼터에 일부 서랍을 남겨두는 정도로 이슈를 정리했습니다.



문제 해결 2. 어린이 건축가


어린이 건축가의 손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도 있었습니다. 이용 규칙을 정하는 것과 공간 이름을 짓는 것이었는데요.

신발을 신고 들어간다던지, 낙서한 후 펜을 아무 데나 던져버린다면 관리가 힘들어지겠지요. 규칙을 정해야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공간을 쓸 수 있습니다. 일단 모둠별로 나누어 꼭 지켜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둠별로 규칙을 정하고 발표하는 시간. 그리고 고뇌하는 어린이 건축가(?)


한 조 한 조 발표하다 보니 공통된 규칙도 무척 많았고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괜찮은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정리해보니 열 가지 규칙이 만들어졌습니다. 조금 많아 보이기도 하지만 기둥이 단단할수록 건물도 오래가는 법이니까요! 이용규칙은 시공 후 낙서판 앞 쉼터에 부착될 겁니다.


문제 해결 3. 학교

 


마지막으로 부서지거나 망가지면 누가 고칠 것인지 고민하는 부분이 남았습니다. 이는 학교에서 보다 오랜 기간 머물며 시설 관리해 주시는 선생님들이 많기에 학교에 관리를 부탁하기로 했습니다. 정말 일어나서는 안될  최후의 시나리오이지만 망가지는 지경까지 가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 아껴 쓰는 마음을 갖는 게 더 중요하겠지요? 한들반 어린이 건축가들과 쉼터를 적극적으로 쓰게 될 아이들의 몫이 더 큽니다.


공간 이름 짓기


공간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곳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새로 만든 낙서판? 탐구 마당 앞 쉼터? 아직 우리는 이름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사람도 이름이 있어야 서로 불러주고 관계가 생기는 것처럼 공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디'라고 이름을 지어주는 작업이 남았습니다. 포스트잇에 익명으로 이름을 하나씩 적고 투표하여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쉬는 마당, 쉼터 마당, 심심 쉼터, 미니 은빛 쉼터, 한들한들 쉼터, 놀이마당이 최종 후보에 올랐습니다. 15:15로 갈렸던 2차 투표와 최종 투표의 치열한 경합 끝에 탄생한 이름은 '한들한들 쉼터'가 되었습니다. 한들반이 만들었다는 의미도 담겨있고 '한들한들'이라는 단어가 '가볍게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양'이라는 순우리말이기도 해서 쉬고 놀 수 있는 공간이라는 뜻이 잘 스며든 것 같네요. 이름을 짓고 나니 길었던 프로젝트가 정말 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수업 끝: 보드판과 현수막 설치


열두 번에 거친 치열한 수업이 이제 끝났습니다. 마지막으로 방학 동안 시공하게 될 한들한들 쉼터로 가서 보드판을 전시하고 현수막을 달았습니다. 한 학기 수업이 마침내 마무리되었습니다. 수업을 진행하며 아이들은 이 시간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지 항상 궁금했었는데 마지막 시간이라고 선생님들에게 전하는 롤링페이퍼를 만들어 건네주었어요. 비록 선생님의 이름을 이제껏 잘못 알고 있기도 한 친구도 있다는 걸 알게 되기도 했지만 어린이 건축가들의 진심이 담긴 말들을 보니 마음이 따듯해졌습니다. 앞으로 한들한들 쉼터도 아이들의 따듯함으로 자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앞으로 2회에 걸쳐 시공 과정과 준공식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한들한들 쉼터 관찰은 계속됩니다.



사진제공 ©하루, 표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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