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초 한들한들 쉼터 시공과정
시공은 겨울 방학에 이루어졌습니다. 표공방이 한들한들 쉼터를, 마이니아가 벤치를, 블랭크는 도면 작성과 공사 기록을 담당했습니다. 수업 이후 일주일간 도면 제작을 거쳐 1월 14일부터 총 5일간 현장 공사가 이루어졌습니다.
한들한들 쉼터
첫날은 자재를 현장(4층 복도)으로 운반하고 기존 낙서판을 철거한 뒤 블랙보드가 들어갈 벽에 뼈대를 설치했습니다. 사람도 뼈가 있고 살이 위에 붙어야 튼튼한 것처럼 건물이나 벽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초가 튼튼해야 나중에 아프지 않겠지요.
둘째 날은 속도가 상당히 진전되었습니다. 벽과 바닥을 최고급 일반 합판으로 1차 마무리하고 입구 뼈대까지 만들었습니다. 아침 8시부터 시작한 작업은 저녁 9시에 끝났습니다. 표공방에서는 조금 더 작업을 하고 싶었지만 학교 보안 시스템 작동 문제가 있어 내일로 미루어야 했네요. 좋은 합판을 써서 그런지 생각보다 냄새가 많이 나지 않았습니다.
1차 마감을 완료했습니다. 그리고 최종 마감재료인 자작나무합판 시공이 시작되었습니다. 자작나무합판 역시 최고급 등급을 썼기에 패치(떨어져 나간 옹이를 메꾸려고 나무를 덧댄 모양)가 없었습니다. 색깔도 훨씬 매끈하네요. 최근에는 오히려 일반 합판의 거친 면을 그대로 드러내는 디자인 콘셉트도 많지만 시설물 전체 분위기를 생각하면 일정한 색깔을 보장할 수 있는 자작 합판이 좋은 것 같습니다. 물론 일반 합판보다 자작 합판은 비쌉니다.
최종 마감면 모양을 만드는 것도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선이 어떻게 나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니까요. 뿐만 아닙니다. 합판을 두 장 쓸지, 한 장 쓸지도 결정됩니다. 합판 크기(1220x2440mm)를 고려하여 최대한 재료를 낭비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비록 단순한 공간일지라도 환경, 비용, 디자인 이렇게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건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도면 제작 과정부터 시공 업체와 함께 여러 차례 최종 안을 논의한 뒤 위와 같은 면나눔을 선택했습니다. 최종 마감면은 자작 합판입니다. 일반 합판과 비교하면 무늬는 덜하지만 훨씬 매끄럽지요?
마지막 날은 블랙보드 필름을 벗겨내고 바닥 쿠션을 붙였습니다. 원래는 무지개 색깔 순서로 쿠션을 두려 했지만 막상 현장에서 두고 보니 조금 촌스러운 느낌이 있더군요. 이 역시 협의를 거쳐 조정했습니다. 여러 색깔이 만날 때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전체 분위기가 오묘하게 바뀌네요.
면을 보호하기 위해 칠 작업이 남았습니다. 나무가 오래가려면 코팅을 단단히 해 두어야 하지요. 마감면 위에 수성 바니쉬를 두세 번 겹쳐 칠했습니다. 자작나무 위에 오일을 칠하고 마르고 나면 바니쉬(니스)로 마감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우 나무가 오일을 먹어 노랗게 색깔이 바뀝니다. 자작 합판 고유의 차분한 색을 유지하기 위해 마감면에 바니쉬를 겹쳐 칠하는 것으로 현장 공사를 마무리했습니다.
한들한들 벤치
모듈로 만들어진 벤치는 학교 개학일에 현장 설치하였습니다. 개학식이 끝나고 아이들이 빠져나간 오후 두 시 이후에 가구팀이 와서 조립을 시작했습니다. 모듈을 미리 만들고 옮겨와 붙이는 작업만 현장에서 실시했기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네요. 저녁 무렵에 벤치 설치가 마무리되었습니다. 나무를 벤치 모양대로 잘라 붙이는 방법도 있지만 모듈로 만들어 그런지 쌓아서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네요. 나무를 접합하는 모양은 가구 디자이너님의 제안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재미있고 안전하게 조립되었네요. 갑자기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벤치를 보고 아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이렇게 한들한들 쉼터 시공이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준공식(2월 9일)만 남았네요. 과연 우리 의도대로 사용자들이 쓸지, 아니면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쉼터를 이용할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