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사춘기 3- 입술 빨간 사춘기

에세이

by mina

사춘기의 서막은 대개 휴대폰으로 열리지만, 전개과정은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에서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남자아이들은 갑자기 스킨십 강력거부 (특히 엄마), 무채색 옷을 입겠다고 우기기, 방문 잠그기 등등의 초기양상이 나타난다면(이건 4부에서 다루기로)


반면, 여자아이들의 본격 사춘기는 대개 외모에 대한 무한 관심에서 시작된다.

일단 손거울이 집과 학교 책상에 위치하며 끝없이 자신의 외모를 품평한다.

그리고 작은 화장품들을 조금씩 사모으기 시작한다.



고등아이들의 화장술은 뷰티유튜버 언니들로부터 받은 교육의 효과로

가히 프로페셔널한 경우도 제법 있지만

(그녀들은 이미 알아버린게다. 과한 것보다 모자란 듯한 자연스러운 화장이 훨씬 더 예쁘다는 걸)

사춘기 즈음 아이들의 화장은 어른들이 보기에 참 어설프다.

대체 저 뽀얀 얼굴에 시커먼 아이라인, 허연 피부 화장을 왜 할까 싶다.


땐 아무리 부모가

"너 그 화장 정말 안 이뻐. 안 어울린다고."

라고 팩트 폭격을 아무리 날려봐야 소용없다.


차라리 유명 뷰티 유투버가

"중학생 00님~ 그 화장 안 어울려요. 중학생화장으로는 새빨간 틴트와 짙은 아이라인보다는 연한 아이쉐도우와 피치 틴트를 추천할게요."

라고 말하면 모를까,

엄마의 잔소리는 진위여부를 떠나 그저 잔소리일 뿐이다.



누가 청소년에게 화장을 권하고 있는가?


그러나

경험컨데,

사춘기 화장의 채도는 자존감과 반비례한다.

심리적으로 심한 우울감이 있는 아이들의 경우 고학년이 되면 화장이 점점 짙어진다.

본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싫은,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 심리적 기제가 작동한 게 아닐까 싶다.

(실제로 쟤가 그 아이였나? 알아보지 못하는 변장도 종종 보인다.)


사회적인 요인도 빼놓을 수 없다.

유행하는 귀여운 캐릭터로 디자인한 화장품은 누가 봐도 중고생을 겨냥한 것이며,

또래 아이돌 스타들은 너무 어리다.

어리니까 화장은 넣어두라는 말은 와닿지 않을터.

그들만의 책임은 아니다.

또래문화에서 틴트 하나정도는 발라주는 게 문화라면,

친구들과의 소속감을 느끼기 위한 작은 일탈의 행위인지도.




만약, 부모와 아이가 화장품을 매개로 싸움 중이라면?

나는 적정 정도의 허용이

오히려 큰 싸움을 피하는 방법이라고 말하고 싶다.


단, 성분이 나쁜 제품들은 피부가 너무 상할 수 있으니 적정한 가격의 화장품을 권하고,

(진실된 마음은 꾹 숨기고) 틴트 색이 잘어울린다 등의 칭찬을 통해 아이가

화장품을 숨기지 않도록 하는 편이 장기적으로는 낫다.


고등학생 즈음 되면

아이들은 화장보다 공부가 우선순위인걸 알게 되거나

때와 장소에 따라 화장을 해야 하는 상황(주로 데이트)과

하지 않아야 할 장소를 적당히 가릴 줄 알게 되더라는게, 학계의 정설.


그렇다. 애나 어른이나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는 것이다.


사춘기 잔소리 총량의 법칙!

사춘기 아이들에게 잔소리는 꼭 필요한 경우만 하는 것이 좋다.


안전이나 생존에 관련된 게 아니라

그저 자신을 꾸미고 싶은 정도의 본능에 따른 갈등이라면,

관계를 망치기보다는 아이스스로 깨닫는 자연치유의 적기를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일수록

더더욱 '학습'은 정서에 기반하므로.

그들의 정서를 이해하자.


뭘로? 화장으로.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어쨌든 사춘기2_사춘기의 서막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