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토닥토닥

가을이 남긴 의미

또 하나의 독백

by 시인 손락천

푸른 잎새에 슬며시 누름이 기대면

나는 가느다랗던

그러나 기대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던

삶의 먼발치

그러한 희망을 기억하고

가을처럼 웃는다


무얼 하였느냐가 중한 것인지

무얼 느꼈느냐가 중한 것인지

그렇게 열병처럼 앓던 날이

손에 잡힌 감흥과 그렇지 않던 감흥

그 사이의 상쟁인 것을 안 이후로

나는 무엇도 의미 없다며 숨어버리고 말았지만


탈색한 후에야 빛깔을 찾은 이 계절이면

나는 다시 내 잘못 알았음을 기억하고

가을에 기대어 웃는다

먼발치의 희망이어도 그 희망은 의미 없지 않고

부족하였지만

희망을 향하여 살던 그 현실도 의미 없지 않다


- 손락천



가을이 되면 안다.

이 계절이 탈색한 후에야 빛깔을 찾은 것처럼 우리에겐 먼발치의 희망이었지만 그 희망이 의미 없지 않았고, 부족하였지만 그 희망을 향하여 살던 현실도 의미 없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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