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오랜 벗에게

by 시인 손락천

숲속의 어린 날이 가고

“사람은 배워야 하느니라”

봇짐 싸 유학한 이후


큰 보, 작은 보, 지천에 널린 들꽃 기억에 묻었지만

친구여, 우리는 회색의 빌딩숲 그 곳에서

참 알뜰히도 살아왔구려


돌아보면

고된 삶이 들꽃 만발한 웃음보다 눈부셔도

그리운 것은 웃음이었을 테요


친구여, 살다가 한 번은 가리다

그립던 어느 날처럼

큰 보, 작은 보 자맥질하러


가서

지천에 널린 들꽃

그 하얀 웃음을 들을 테요


- 손락천 시집 [시로 추는 꽃춤]에서




삶은 웃음보다 눈부신 존재이지만 결국은 울음에 가깝다. 웃음은 울음에 비하여 초라한 존재이지만 훨씬 더 꿈에 가깝다. 하여 현실 아닌 사유에서는 꿈이 삶보다 더 나을 수밖에 없다.


초승달 옆에 별 하나가 빛났고, 나는 그리워해야 할 것을 그리워한다. 눈 앞에 없지만, 선명한 빛 그 기억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브레이크 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