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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손락천 Feb 06. 2017

슬픈 아침

아픔은 사라지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아픔이 사라질 것이라 믿지 않는다. 다만 아픔을 묻고 간직하여서,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쓰림으로 언젠가 우리에게 있어야 할 새로운 꿈을 꾸는 데 쓰이기를 소망할 뿐이다.  



  몇 달째 아내와의 사이가 좋지 않다. 원인은 나에게 있다. 병이 있는 탓이다. 공감능력과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고, 그래서 아내의 마음을 보통의 사람만큼 읽지 못한 탓이다. 그리고 사정이 그러하니 감정에 대응된 행동을 해 온 적이 없는 이 오랜 습성이, 친밀함에 너무나 서툰 이 못된 습성이 아내를 외롭게 한 것이다.  


  거듭되는 일상이 별처럼 지고, 그 자잘한 슬픔의 파편이 호되게 마음을 찌른다. 이것이 하루 이틀의 병이 아닌 이상 이 병은 하루 이틀에 나을 것이 아닐 터다. 그렇다고 병의 원인이 되었을 지난 시절을 모두 부정할 수도 없고, 이제 와서 바로 잡을 수도 없다. 


  다만, 끊임없이 미안해하고, 지금이라도 생각을 열고 나와 가족과 곁에 있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치료를 받을 뿐이다. 그리고 출근하는 내내 이적이 부른 [걱정 말아요 그대]를 마음속으로 따라 부를 뿐이다.


  [그대는 너무 힘든 일이 많았죠. 새로움을 잃어버렸죠. 그대 슬픈 얘기들 모두 그대여. 그대 탓으로 훌훌 털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그래도 후회되지만, 그리고 아프지만, 살지 않을 수 없다. 청춘이어서 아픈 것이 아니라 덜 된 삶이라서 아픈 것이다. 그래서 아픔이 사라질 것이라 믿지 않는다. 다만 아픔을 묻고 간직하여서,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쓰림으로 언젠가 우리에게 있어야 할 새로운 꿈을 꾸는 데 쓰이기를 소망할 뿐이다.




슬픈 아침



내 의식보다

일찍 와버린 아침


쏟아지는 빛살에

눈물 흘린다


밝다는 것에

눈물 흘릴 양이면


매 아침 낮을

어찌 보냈을까만은


아침도

아픈 아침이 있다


햇살도

아픈 햇살이 있다


- 손락천 시집 [비는 얕은 마음에도 깊게 내린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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