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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필 Jan 02. 2021

바이에른의 흔적을 따라

독일 뮌헨(München)



뮌헨(München)


누나와의 독일 여행 거점을 뮌헨으로 정했다. 뮌헨 묵으면서 뉘른베르크,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축구 경기를 보고 남은 일정은 스위스로 넘어갈 예정이다. 독일 탑 5안에 드는 대도시이자 현지인 피셜 물가 1위를 자랑한다는 뮌헨. 한때 찬란했던 바이에른 왕가를 느낄 수 있고 독일 남쪽에 있어 날이 맑으면 알프스 끝자락을 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선 기차로 2시간 정도 걸린다.


누나하고 프랑크푸르트에서 갈 땐 기차 대신 버스를 이용했지만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이유는 버스로는 뮌헨까지 8시간이 걸리기 때문. 직항으로 가면 가까울 법도 한데 뮌헨에 가는 동안 군데군데 서는 곳이 많아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그런데 왜 굳이 기차를 두고 버스를 탔냐고? 순전히 돈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뮌헨행 기차를 미리 예약하지 못한 탓에 인당 10만 원이 넘었었다.


뮌헨 거리


뮌헨에 도착하니 대도시의 냄새가 풀풀 났다. 이리저리 엉켜있는 지하철 노선과 복적 거리는 사람들, 다른 독일 도시와 달리 건물 색마저도 밝고 활기차 보인다. 원래 독일 건물은 어두운 계열이거나 굉장히 낡은 이미지인데, 여긴 독일이라기 보단 파리풍에 더 가까웠다. 고급져 보이는 건물과 같이 여기 뮌헨의 물가는 독일 내에서 1위다. 물론 비싸 봐야 스위스만큼 비싸진 않지만... 그래도 평소 독일 물가를 알고 있으면 좀 아까운 면이 있기도 하다.


파스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지 않았나. 본격적으로 뮌헨을 돌아다니기 전에 배부터 채우기로 한다. 오늘의 메뉴는 파스타! 난 파스타를 먹을 때 항상 토마토와 크림 둘 중 하나를 고민하게 된다. 진한 토마토소스를 느끼고 싶기도 하지만 진득한 크림의 느끼함을 느끼고 싶을 때도 있다. 짬짜면처럼 둘 다 나오는 메뉴가 있으면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유럽은 그런 개념이 없다. 평소 혼자 다닐 땐 한 가지 음식밖에 못 시켜먹었었는데 오늘은 3명이니 토마토와 크림 파스타 거기에 스테이크 샐러드까지 시켜서 먹었다.


뮌헨 거리를 걸으며


뮌헨 거리를 걸으며

밥을 먹고 뮌헨 거리를 걸었다. 원래라면 뮌헨의 유명한 곳만 골라 돌아다니겠지만 개인적으로 걸으면서 그 도시의 분위기를 느끼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그냥 걷기로 한다. 걸으면 걸을수록 느끼는 건 모든 건물이 웅장하다. 원래 바이에른 공국 시절부터 잘 살았지만 저 건물들 관리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도시의 돈을 건축에다 다 쏟아부은 듯하다. 머릿속에서 "뮌헨=돈 많은 도시"라는 공식이 새겨진다.   

 

뮌헨 시청 앞 마리엔 광장

걷다 보니 마리엔 광장까지 왔다. 마리엔 광장은 뮌헨 시청 앞에 있는 광장인데 사진에 나온 궁전 같은 건물이 뮌헨 시청이다. "저게 시청이라고...?". 순간 머릿속에서 서울 시청과 자르브뤼켄 시청이 스쳐 지나갔다. 아무리 봐도 저건 시청이 아니라 궁전 같은 느낌이다. 겨울 시즌이라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렸지만 원래 뮌헨에서 유명한 것은 크리스마스 마켓이 아닌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다. 아쉽지만 10월이 되면 매년 열리는 축제니까 혹시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와봐야지.


뮌헨 레지덴츠 궁전


뮌헨 레지던츠 궁전으로 가는 길

뮌헨의 시청도 웅장하지만 이제 진짜 웅장함의 끝판왕! 바로 뮌헨 레지던츠 궁전(München Residenz Palace)을 보러 가기로 한다. 레지던츠 궁전은 1300년대부터 바이에른 왕가가 사용한 궁전인데 현재는 관광객들에게 개방돼있다. 궁전 안은 다양한 양식으로 보존된 100여 개의 방과 왕가가 사용한 물건들, 보물들, 그림들이 전시돼있으므로 꼭 가보는 걸 추천한다.

 

궁전 입구는 저 건물 바로 앞!

궁전 안으로 들어가는데 애를 좀 먹었다. 정문으로 들어갔더니 거대한 정원만 펼쳐져 있을 뿐... 궁전 내부로 들어가는 길은 온 정원을 뒤져봐도 찾을 수없었다. 나중에 물어물어 겨우 찾게 됐는데 궁전 입구는 정문이 아닌 건물 밖 거리에 있다는 거... 사진에 보이는 커다란 건물이 궁전과 마주 보고 있는데, 저 건물 바로 앞에 궁전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있다.


레지던츠 궁전 내부

우여곡절 끝에 궁전 안으로 들어왔다! 밖에서 보면 그냥 낡고 커다란 건물이었지만 내부는 화려함 그 자체였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그림이 안 그려진 곳이 없었다. 내부는 굉장히 조용했으며 걸음을 걸을 때마다 동굴처럼 발소리가 뚜벅뚜벅 울려 퍼졌다. 언뜻 보면 박물관 같지만 이건 왕이 살았던 집, 왕궁이다. 방 안에 들어가면 왕이 쓰던 서랍, 침구들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하니 더 들어가 보자.


레지던츠 궁전의 방


궁전 안에는 방이 샐 수 없이 많다. 방 문을 열면 또 방 문이 있고, 그 방 문을 열어 들어가면 또 방 문이 나오는데 이거 여기서 살았던 바이에른 왕가 사람들은 방 위치를 다 외우기나 했을까 의문이다. 맘먹고 방 안에 숨으면 하루 종일 찾을 수 없을 정도다. 그리고 방마다 배치된 예술품과 금 같은 온갖 사치품이 예전 바이에른 왕가의 위엄을 보여준다. 이렇게 잘살았던 왕가가 예전 통일독일제국에 어떤 생각으로 들어갔을지 궁금해진다.


궁전에 남기는 방명록


뮌헨 = 맥주


뮌헨 맥주, Paulaner


레지던츠 궁전 구경을 마치고 맥주를 마시러 가기로 했다. 뮌헨에서 가장 유명한 거, 맥주축제인 옥토버페스트는 못 봤지만 그래도 맥주는 마실수 있으니까 우선 술집으로 들어간다. 뮌헨 생맥주 Paulaner로 흑맥주와 라들러, 라거 맥주를 시켰다. Paulaner는 뮌헨에서 가장 유명한 맥준데 종류에 상관없이 마실 때 살짝 올라오는 곡물향이 일품이다.


너가 없는건 술이 없는거야


식당에 "네가 없는 건 술이 없는 거와 같아"라는 문구가 적힌 술 받침대가 놓여있다. 역시 맥주 축제의 도시! 축제 기간만 되면 거리마다 오바이트용 쓰레기통이 배치돼있다는데 술 없이는 못 사는 뮌헨 사람들을 대변하는 문구다. 비록 축제는 못 봤지만 다음에 꼭 볼 수 있길 기대하며... 마치 축제에 온 것처럼 맥주 취할 듯이 마시고 호텔로 다시 돌아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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