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조금은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평소라면 가장 행복했을 금요일 오후, 암 환자가 되었다. 암 환자에게도 주말은 찾아왔다.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한 주말이었다. 나쁜 생각은 애써 마음 깊은 곳에 구겨 넣었다. 아내와 함께 산책을 하고, 블록도 조립하고, 영화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잠도 푹 잤다. 행복했다. 다만 느닷없이 터져 나오는 눈물은 막을 수가 없었다. 아내도 증상은 같았다. 산책을 하다가도, 함께 밥을 먹다가도, 영화를 보다가도, 누워서 잘 준비를 하다가도, 심지어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다가도 눈물이 터져 나왔다. 아내가 울면 내가 따라 울었고, 내가 울면 아내가 따라 울었다. 어차피 집엔 우리 밖에 없으니, 마음껏 울었다. 산타에게 맡겨둔 선물도 없으니, 펑펑 울었다.
주말이 끝나고 월요일이 되었다. 걱정이 하나 있었다.
'학교에서 갑자기 눈물이 터지면 어떡하나'.
우는 게 잘못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창피하다.
막상 학교에 가니 울 새가 없었다. 수업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아이들이 가고 난 뒤에도 바빴다. 곧 출근을 못한다고 생각하니, 마무리할 일이 많았다. 차분하게 떠나기 전 해야 할 일을 적어보고, 하나하나 처리했다. 이제 마지막 난관이 남았다. 교감 선생님께 말해야 한다.
'저 암에 걸렸어요.'
이 말을 하며 울지 않으면 오늘은 성공이다.
교무실로 들어가서 교감 선생님을 불렀다.
“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 혹시 밖에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교감 선생님은 교무실 밖으로 나와 무슨 일인지 물으셨다. 병가를 써야 할 것 같다고 하자 놀라시며 물었다.
“갑자기 왜?’
“병원에서 혈액암이라네요.”
“뭐? 큰 병원 가봤어?”
“네. 인하대 병원이요.”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교감 선생님은 약간 붉어진 얼굴로 말씀하셨다.
“몸은 괜찮아? 수요일은 안 쉬어도 되는 거야?”
“몸은 멀쩡한데.. 마음이 좀 아프네요.”
교감 선생님이 말을 잇지 못하시자 내가 먼저 말했다.
“괜찮겠죠 뭐.”
“당연하지. 무조건 괜찮아야지.”
“다른 선생님들껜 당분간 비밀로 해주세요. 워낙 좋으신 분들이라서..”
“무슨 말인지 알았어. 걱정 말고.”
그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울지 않으려고 최면을 걸었다.
‘이렇게 좋은 분들이 곁에 있다니.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이제야 눈물을 조금은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그날은 한순간도 울지 않았다.
이제 마지막 관문..
부모님께 알리는 일만 남았다.
그때도 울지 않을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