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울, 서울

아름다운 이 도시

by 비둘기

암에 걸린 사실을 밝혔을 때, 대부분 사람들이 같은 말을 했다.

“병원을 서울로 가보는 게 어때?”

인터넷에서도 비슷한 조언을 많이 받았다. 암 진단을 받은 인하대 병원에서도 이미 충분히 만족스러운 진료를 받고 있었다. 집에서도 가까웠고, 교수님도 내 마음에 쏙 들었다. 림프종은 치료법이 표준화되어 어디서 치료받더라도 큰 차이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웬만하면 그냥 인하대 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으려고 했다.



하지만, 만나는 사람들마다 서울 타령을 하다 보니, 나도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아무래도 서울 병원이 좋지 않을까?’, ‘서울 병원은 유명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혹시 인하대 병원 교수님이 오진을 했으면 어떡하지?’. 병원을 결정하는 일은 점심 식사 메뉴를 정하는 것과는 무게감이 달랐다. 어쩌면 이 선택이 내 운명을 바꿀지도 모른다. 후회할 일을 만들기 싫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여의도 성모병원에 전화를 했다. 다음 주에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일단 크로스 체크 겸 진료라도 한번 받아보자는 생각으로 예약을 했다.



진료 날이 되었다. 서울까지 가려면 아침 일찍 준비해야 했다. 출근길이라 차도 많이 막혔다. 안 그래도 무거운 마음이 꽉 막힌 도로 덕에 더욱 답답해졌다. 집에서 병원까지 2시간이나 걸렸다. 병원에 도착했다고 바로 진료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병원은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렇게 아픈 사람이 많다니.

세상은 왜 이리도 고통으로 가득할까.



대기실에 있는 TV를 보며 내 차례를 기다렸다. TV 속에는 림프종을 설명해 주시는 교수님의 방송이 반복해서 나왔다. 그 방송을 외울 정도로 보다 보니, 림프종에 대한 지식이 해박해졌다.

이런 지식까지 알고 싶진 않았는데..



지겨워서 더 이상 못 보겠다 싶을 때쯤, 간호사님께서 내 이름을 불렀다. TV 화면에서 봤던 교수님이 의자에 앉아 계셨다. 연예인을 보는 것 같았다. 교수님은 인하대 병원에서 받아온 자료를 보시며 내 상태를 설명해 주셨다. 듣고 보니 인하대 병원 교수님의 진단과 같았다. 고작 인터넷 글 몇 개 읽고, 의학적 지식으로 무장한 대학 병원 교수를 의심했다는 게 부끄러웠다.


그래서 결국 어떤 결정을 내렸느냐?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로 했다. 사실 진료를 받고 나서도 한참을 고민했다. 인하대 병원에서도 내 병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인하대 병원은 집에서 30분이면 갈 수 있다. 그러면 아내도, 나도 훨씬 편할 것이다. 이 모든 장점을 제쳐두고 서울을 택한 건,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딱 한 가지 이유다.

‘그래도 인천보단 서울이 더 낫지 않을까?’



나는 여전히 서울을 동경하는,

어쩔 수 없는 컨츄리 보이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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