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뜻을 나는 잘 모르겠다.
버킷림프종은 기본 6번의 항암을 한다. 3차 항암이 끝났을 때 생각했다.
‘이제 전반전이 끝났구나.’
하지만 전반전의 결과를 알 수 없다. 내가 이기고 있는지, 점수는 못 냈지만 우세한 싸움을 하고 있는지, 안타깝게도 지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3차 항암을 위해 입원했을 때, 내 맞은편엔 젠틀한 할아버지 한 분이 계셨다. 할아버지께서는 간호사님께 젠틀한 목소리로 물으셨다.
“간호사 선생님, 혹시 면회는 2명까지 밖에 안 되나요?”
“네. 두 명 밖에 안 돼요. 누가 오시길래 그러세요?”
“아이고.. 손주들이 온다고 했는데..”
안타까운 목소리였다. 간호사님이 나가면 내가 슬쩍 가서 팁을 전해주려고 했다.
‘할아버지, 아까 간호사님이 면회가 2명밖에 안 된다고 하셨는데, 제가 저번 면회 때 보니까 2명 넘게 오신 분들 많더라고요. 병원에서도 다 허락해 주시는 것 같으니, 걱정 마세요. 손자들 오시는 건 보셔야죠.’
그런데, 간호사님이 나가시자마자 할아버지께서는 통화를 하셨다.
“응! 이따 만나자. 근데, 올 때 요령껏 와라. 둘둘이 나눠서. 엄마랑 한 명 오고, 아빠랑 한 명 오면 되겠다.”
오랜 삶을 통해 쌓아 온 할아버지의 지혜를 너무 과소평가했다. 면회를 마치고 돌아오신 할아버지의 표정은 정말 밝았다.
그 다음날, 교수님 회진 시간이었다. 회진 시간엔 닫혀 있던 모든 커튼이 열린다. 하루 전, 손주를 보고 활짝 웃으셨던 할아버지께서 앉아 계셨다. 교수님께서는 할아버지께 담담하게 말씀하셨다.
“지난주에 하셨던 검사에서 암이 다시 재발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오늘 바로 항암 치료 시작하시죠.”
“두 달 전에 분명 깨끗했는데, 왜 다시 재발이?..”
“원인은 저희도 알 수 없습니다.”
“교수님 치료를 꼭 해야 하나요?”
“치료는 하셔야죠.”
커튼이 닫힐 때까지 눈물을 참느라 애썼다. 회진이 끝나고 커튼이 닫히자, 나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숨죽여 울었다. 나에겐 이해가 되지 않는 하늘의 뜻이 너무도 많다.
입원실에선 희망보다 절망을 더 많이 목격한다. 재발을 받아들이던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여전히 귓가에 생생하다.
그분도 절망과의 싸움을 끝까지 버텨내셨길..
다시 웃는 얼굴로 손주들과 이번 설을 함께 보내셨길..
기도한다.
2025년 항암 치료를 마친 후 완전관해 되었습니다.
현재는 정기 검진을 받으며 회복 중입니다.
이제야 지난 시간을 돌아볼 여유가 생겨 투병기를 남깁니다.
제 투병기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벌써 목요일입니다.
오늘 깜빡하고 작가의 말을 적지 않은 체,
발행을 눌러버렸습니다.
사실 작가의 말이 굳이 중요한가 싶기도 하고,
하루 쯤은 없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도 했지만,
그대로 한번 시작했으니 끝까지 써보자 하고
재빠르게 수정하러 왔는데,
이미 읽어주신 분들도 계시네요.
매일 같이 와서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모두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도 어떤 절망과 마주하더라도
꿋꿋하게 이겨내시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