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lsea gallery 산책
하이라인을 끼고 있는 첼시는 크고 작은 갤러리들의 천국이다. 혼자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아내와 딸은 슬그머니 자리를 피해 준다.
예상에 없었던 이도원작가의 개인전뿐 아니라 티나킴갤러리의 김창렬, 박서보, 이우환 등 한국 단색화 기획전도 열리고 있다. 다양한 국적과 문화적 배경을 품은 작가들의 예술세계를 접하는 것은 그들을 통해 그들이 겪는 시대를 함축적으로 느끼게 해 준다. 미술감상은 주도적으로 작품을 볼 수 있는 여유로운 즐거움이 있다. 하나둘씩 갤러리들을 방문하는 발걸음은 하이라인 산책길을 걷는 기분이다. 바람결 흔들리는 꽃잎을 보듯, 건물사이 푸른 하늘 흘러가는 구름을 보듯 다양한 작가들의 예술세계와도 가볍게 만나고 헤어진다. 힘 빼고 보는 즐거움이 새롭다.
MoMA 전시작가인 Willem de Kooning과 Andy Warhol 등의 작품도 눈에 띈다. 특히 캔버스 위에 구리와 금등 금속가루를 칠하고 지인들의 오줌으로 완성시킨 앤디 워홀의 작품을 보곤 한동안 혼자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렇게 하루해가 저물어 간다. 수많은 작가의 작품들과 이를 위해 공들여 준비한 다양한 형태의 전시관들, 잘 교육받은 세련된 모습의 큐레이터들, 진지한 태도로 감상하는 관람객들, 이들이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장면을 뒤로하며 아쉽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아내와 딸에게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