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이사 오기 전 전셋집을 구할 때 조건은 딱 하나였다. 집과 큰 애, 작은 애의 학교 간의 거리.
그래서 선택한 곳이 동대문구였다.
동대문구는 내가 알고 있는 대학교만 네 곳이었다.
경희대와 외국어대, 시립대, 삼육대. 그래서인지 젊은 사람들이 참 많다. 물론 청량리 시장을 가면 연세 드신 분들이 많지만.
동대문구에 살면서 자주 갔던 곳들 중 특별히 좋았던 곳을 소개한다.
사는 곳 주변에 큰 마트가 없어서 자주 가서 장을 봐왔던 청량리시장.
시장이 참 크다. 그리고 부산보다 이곳 물가가 더 쌌다.
"오렌지 골라 10개 5000원" " 옥수수 3개 3000원" (삶은 옥수수) 지난겨울 시장 물가다.
요즘은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이곳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니까.
한 개라도 더 팔려는 사람, 좀 더 싸게 사려는 사람들로 인한 시장의 풍경은 언제 가든 활기차다.
다만 시장이란 본디 전도 팔고, 떡볶이, 순대 등등 주전부리할 게 많아야 하는 데 그런 점포가 거의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다.
장마철만 되면 티비에서 자주 나오는 중랑천.
봄엔 연분홍 벚꽃이 터널을 이루고, 가족과 연인 그리고 산책 나온 사람들이 멀리 가지 않아도 충분히 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작년부터 올 초까지 중랑천은 재정비로 장미 공원을 만들었다.
자전거도로, 인도 주변에 다양한 장미나무를 심었는데, 올여름에 가보니 빨강, 노랑, 분홍 그리고 분홍과 하얀색이 섞인 장미길이 운동 나온 사람들을 반겨주었다. 장미는 여름 한철만 반짝 피고 지는 꽃이라고 알았다. 그러나 늦가을 중랑천에 가면 많지는 않지만 심심찮게 장미꽃이 핀 것을 볼 수 있다.
매년 찾아가는 국립 산림과학원은 입장료가 없다. 평일 관람은 안 되지만 주말엔 자유롭게 관람이 가능하다. 작은 수목원을 온 것처럼 다양한 나무와 꽃들이 계절마다 피었고, 테마가 있는 길을 따라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으며, 몸과 마음이 숲과 나무에서 뿜어대는 맑은 공기로 인해 머릿속까지 맑아지는 기분이 드는 곳이다.
[경희대 중앙도서관 벚꽃 2022]
경희대, 이사 오고 맞이한 첫해 봄.
벚꽃이 피는 시기에는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중국인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계속 왔었고, 주말엔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많은 시민들이 와서 벚꽃 나무 아래서 사진을 찍었다. 물론 코로나가 절정이었던 2년 동안은 사람들이 줄었다가, 올핸 많은 사람들이 와서 사진을 찍고, 산책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경희대 건물은 유럽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고딕 양식으로 대학본부와 중앙도서관, 그리고 평화의 전당까지 굳이 벚꽃이 아니더라도 볼 만한 건축물 명소다.
나는 특히 대학본부 앞, 양쪽으로 핀 목련나무를 좋아한다. 화려한 연분홍 벚꽃이 피기 전, 하얀 목련이 우아한 자태로 달항아리 같은 꽃이 핀다. 그 목련 나무 아래서 사진을 찍는 학생들 모습은 봄과 봄의 만남 같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모습을 보면 절로 미소 짓게 된다.
경희대 도서관에서 빌렸던 많은 책들, 그 책들 덕분에 위로받았고, 응원받았고, 낯선 서울에서 잘 적응하며 살았다. 정말 감사하고 감사하다.
정 붙이고 살았던 동대문구, 올해 말이면 4년 계약이 끝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다.
나의 서울살이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지금처럼 그림 그리고, 책도 읽고, 글을 쓰며, 매일매일을 잘 꾸려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