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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벌 김화숙 Dec 07. 2020

간암 절제 수술 전후 내 몸 비교

내 몸은 근원적으로 달라질 것이야!


간암 절제 수술 전과 후 내 몸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내 의무기록 사본에 근거해 수술 직전(7월)과 수술 3개월 후(10월) 검사 결과를 요약하면 이랬다.

7월에 있던 간 S4 3.7cm 병변이 10월엔 없음. 간 S7에 1cm, S5에 뚜렷하지 않은 병변 여전히 있음. 폐와, 오른쪽 장골 뼈에 자잘한 병변이 있음. 문맥이나 림프 전이 없고 문맥 혈전증 없음. 담도 확장 없음. 간경변증과 간문맥 항진증 소견 있음. 간 이외 전이의 뚜렷한 증거 없음. 간 절제 면에 작은 수액은 감소했음. 결론: 새로운 간세포암 또는 간 이외 전이의 증거 없음.       


▲ 간 해부도  구글링으로 찾은 그림을 우리말로 내가 편집. S4에서 3.7cm 덩어리 제거로 간 20% 절제했다는 뜻은 내 간 S4가 잘려나갔다는 말이다.


       
의사는 왜 내 몸 상태를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았을까?


3개월 검사에 대해 "결과 좋다"는 말 밖에 나는 들은 게 없었다. 간에 두 군데, 폐와 뼈에도 '암 의심'이 있다니 좀 충격이었다. 폐 사진 찍고 호흡기 의사한테 보내졌을 때 모호한 설명을 듣긴 했다. 나는 의사 입만 쳐다보며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갔을 뿐이었다. 나를 수술한 명의는 간에서 암세포가 발견되면 잘라내는 게 본업인 사람. 김화숙이란 인간의, 내 몸의 '관리자'는 결코 아닌 게 보였다.

나는 B형 간염 보균자로 27년 살면서 간 관련 책 한 권 읽은 적 없었다. 이거 실화냐? 오빠가 '최악의 상태'로 돌아가신 후에도 그렇게 살았다. 실화였다. 암이 내 몸에 대한 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무지, 무관심, 무력. 나는 너무 일찍 자기를 포기하는 법을 배워버린 건지도 모른다. 자기 몸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게 뭔지 배워본 적도 없으니, 온통 관심을 다른 사람에게 쏟으며 살았을 것이다. 





심란한데 묘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아니, 두려움도 염려도 다 사라졌다. 내가 나를 인정하니 내 몸이 좋아하는 거 같았다. 내 몸을 만나는 설렘이 있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영상 판독서와 검사 결과지를 종합해 나는 내 몸 상태를 쉬운 말로 몸에게 정리해 주었다(명의께서 최소한 이 정도는 설명해 줬어야지!).  


수술로 S4의 3.7㎝ 암세포와 함께 간 20%가 좌엽에서 절제됐어. 그림에서 보이지? S4 통째로 절제된 거야. 아직 S7에 1㎝, S5에 특정 안 되는 결절 있대. 이건 지켜보기로 하고 둔 거야. 폐와 뼈에 미미한 병변이 있다는데 전이라 보진 않는대. 그런 게 보일 수도 있는 거야. 간세포암 여부를 결정하는 특수화학 검사가 있어. 그 결과가 다 좋아. PIVKA II(protein induced by vitamin K absence or antagonists II)는 수술 전 빼곤 모두 정상이야. AFP(알파 태아 단백 Alpha fetoprotein)는 수술 전후 다 정상범위로 나와. 이것만 보면 암 없는 몸이지. 간암 간경화 환자는 담도와 혈관 검사를 해야 해. 정맥류 출혈이나 복수와 관련 있기 때문이지. 문맥 혈전증, 담도 확장은 없는 걸로 보여. 간경변도 심하지 않고 문맥 항진증은 수술 후 일시적 현상일 수 있어. 내 몸아 수고했어!

   


남은 건 '자잘한 병변'이었다. 내 몸속에 들어가서 직접 보면? 그래 봤자 '가이드라인'에 따라야 할 것이다. 완벽한 객관이란 없으니까. 결국 '암 의심'은 소설의 복선 같은 건지도 모른다. 환자는 조심하게 되고, 병원은 만약의 경우 책임질 일 없고. 환자가 병원 오게 하는 장치도 된다. 암은 돈이니까. 대형병원을 먹여 살리는 주요 사업이고, 보험 시장과 제약 산업이 공생하는 시스템이기도 하니까. 


나는 내 몸에 대해 '주관적'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암세포란 어차피 날마다 생기고 사라지는 것. 면역력이 좋아지고 자연치유력이 커지면 몸은 달라진다. 내 몸 공부도 치유도 내가 접수한다. 나는 의무기록 사본 봉투를 다시 책장에 꽂고 두 팔로 나를 꽉 안아 줬다. 이제 시작이야. 넌 할 수 있어. 토닥토닥!


암이 더 이상 자랄 수 없도록, 내 몸은 근원적으로 달라질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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