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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벌 김화숙 Oct 23. 2021

자연치유가 갱년기를 만나면

암 수술 3년 차, 몸은 안정 마음은 소용돌이


2016년은 단식 후의 새 몸이 안정되고 단식 전 체중으로 거의 회복됐다. 내 몸은 갱년기라는 새로운 소용돌이로 내 삶을 치유하고 있었다. 내 정신과 주변 관계가 새롭게 보이고, 나는 외부 활동을 넓혀갔다.



1월 3일(일) 46.5kg 35.7도 황록바나나 대

아침-감식초 호박즙

점심-현미잡곡밥 배추 된장국 마팽이 샐러드 대봉 3개- 오후 만복감 110%

저녁-배추 고구마 단감 - 밤에도 만복감 110%. 좋지 않아요 노노.


1월 7일(목) 46.0 35.7 황록바나나 여러 번

서평 쓰기 강좌 첫날. 13명 모두 여성. "2016년을 서평 쓰기 강좌로 시작하는 이유?" "암 수술로 2년 요양 하며 읽고 쓰는 게 좋아서."  내 결심- 1. 잘하려는 엄숙주의 벗고 가볍게. 2. 사람들의 눈과 평가로부터 자유. 3. 다른 사람들 생각과 말 글 배우기. 4. 새로운 배움 기회 감사.


1월 10일(일) 46.5 35.7 오후 황금바나나 대

큰아들이 저녁 된장찌개 끓임. 알바 없고 시간 있을 때, 좀 몰아붙여진 감 있지만 수용. 인터넷 찾아 재료 사 와서 한 시간 걸려 함. 엄마 손 맛 안 묻냐니까, "엄마와 요리 철학 대척점에 있어서." 아빠는 아들 맘 충분히 이해한다나.


1월 16일(토) 46.4 35.9 아침 황금바나나 대

웃음보따리. 홍헌표 씨 얼굴 너무 좋아서 아닌 줄. 11시-13시 크게 웃었다. "인생 너무 그렇게 심각하게 살지 말걸! 죽기 전에 후회한다죠? 저도 암 걸리고 보니 그게 후회돼서 웃고 살려고요."


2월 3일(수) 35.8도 아침 녹황바나나 대

혼자 관악산. 아침 9시 반~4시 반. 전철 오가며 <보바리 부인>.  왜 고전이라 하는지 알 것 같다. 빨려 든다. 기막힌 묘사, 엠마의 심리묘사, 너무 아름답다. 오~ 플로베르!


3월 18일(금)

더욱 명료해진다. 나는 지금까지 기울어진 저울추에 죽어라 맞춰보겠다고 버둥거렸다. 남자는 책임 없다는 태도, 남자는 변하지 않아도 된다는 남편의 태도에 가슴속에서부터 분노가 치민다. 우울에 빠지지 않으려 혼자 관악산. 영화 <뷰티플 프래디> 봄. 집에 돌아와 얼굴 보는 순간 답답해지고 분노가 되살아났다.


3월 20일(일)

남편이 결혼 26년간 고수해 온 태도, 대전제. "남녀문제는 여자에 달렸다. 남자는 모르고 능력 없고 들을 귀도 없다. 고로 여자가 해야 한다." 그건 틀렸다. 불평등이다. 실낙원 여남 관계란 함께 노력하고 피차 배려하고 사랑하며 만드는 공통과제. 그 진리 부정하면 남편 아닌 아들이다. 무책임이다. 수리산 임도 같이 걸으며, 전제 안 바뀌면 못 산다, 내가 거듭 말했다. 그가 받아들이고 인정한 것 같다. 혁명이다!


3월 27일(일)

창세기 3장 16절이 달리 읽힌다. " 또 여자에게 이르시되 내가 네게 임신하는 고통을 더하리니 네가 수고하고 자식을 낳을 것이요 너는 남편을 원하고 남편은 너를 다스릴 것이니라 하시고." 저주받은 여자의 일생이었다. 일그러진 남녀관계였다. 예수를 해방자요 구원자로 믿는다면 이 지배 복종의 사슬에서 해방되고 자유와 평등의 새 관계로 가는 게 맞다. 


4월 28일(목)

<폐경기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이 소용돌이가 갱년기로 해석되는 듯. Manopause '남자로부터의 독립, 쉼'. 간암 수술로 완경 했으니 2년여 호르몬 변화. 내 몸이 너무 고맙다. 막을 수 없는 힘. 자신에게 더 집중하고 나에게 돌아간다. 후퇴는 없다. 불의라 여기면서도 양보하던 모든 장벽 무너질 것. 자연 치유가 갱년기를 만났으니 내 몸은 더 치유된다. 자기 혁명이다.


5월 23일(월)

실화 영화 <바비를 위한 기도> 증오, 공포, 무지. 게이라는 말에 대한 '무지와 두려움'. 종교에 물음을 던진다. 70년대 이야기지만 지금도 같은 상황 아닌지. "여러분의 교회와 가정에서 "아멘"을 말하기 전에 생각하고 기억하세요. 아이들이 듣고 있습니다. 자신이나 삶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말아 주세요."


6월 22일(수) 녹색 없는 황금똥

체중 체온 기록 게을러진 건 불편 모른단 뜻. 복부 가스 부담돼 좀 더 씹고 양은 줄이는 노력. 저녁 똥. 녹색 없는 뜬 똥 좋다. 소식 절제 어렵다. 일본 여행 앞두고 체력 관리. 날씨 때문에 며칠 못 간 산길 오늘 초반에 다리가 무거웠다. 영혼 없이라도 매일 무조건 걷기와 근력운동 해야. 2시간 반.


7월 11일(월) 황금바나나

이웃 세 엄마들이 동네산 돌고 우리 집밥 점식 먹고 수다. 아들 셋 이야기, 갱년기 이야기, 목사 남편들 이야기. 목사 사모들의 애환. 나는 '미친년'이라 명함도 못 내민다. 세제로 베이킹소다 20킬로 주문.


8월 29일(월)

존 스튜어트 밀의 <여성의 종속> 해리엇 테일러와의 관계. 밀의 사상적 동반자이자 영향력 있는 조언자. 책속 이상적 부부상에 이들의 관계가 투영. 여성에 대한 억압은 가족 간의 소통을 방해하고 남성의 인격적 성숙을 막고, 사회적으로는 자유로운 경쟁과 발전을 지연시킨다.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 본성에는 명령과 복종보다 평등이 부합. 우리 부부가 만들어갈 새로운 그림.


8월 31일(수)

걸어가서 본오뜰과 로컬푸드 장보고 올 때는 버스 탐. 서늘한 날씨에 비바람. 더운물 샤워하니 손끝 발끝 찌릿찌릿. 7,8월 무더위를 잊고 하루 몇 편씩 본 영화와 책, 적기엔 너무 많다.

<위대한 계시> <서프러제트> <태풍이 지나가고> <우리들>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 <델러웨이 부인> <목사의 딸> <아멘> <아고라> <아무도 모른다> <자유의 언덕>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로렐>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거리로 나온 넷우익> <데몰리션> <환상의 빛> <비밀은 없다> <파계> <아내>…….


9월 21일(수)

본오뜰 로컬푸드 무겁게 배낭 짊어지고 두 시간 40분 왕복 걸었다. 피곤 모르고 뒷목 어깨 오히려 가벼워졌다. 18,127보. 어깨에 배낭 누르는 무게가 근육에 어떤 작용한 걸까. 어느 정도의 저항과 자극이 주어질수록 근육은 더 단련되고 강해지는 게 맞다. 긴장과 자극 없으면 안 된다.


10월 4일(화)

차밍댄스 한 주 쉬었더니 더 신나게 즐기다. 춤추는 순간의 해방과 자유. 정확한 동작인지 잘하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 선생님 뒷모습만 보고 몸이 따라가는 것. 재미. 길을 걸어도 음악이 있으면 내 몸이 움직인다. 젊어서 내가 춤을 배웠더라면? 춤꾼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말과 논리보다 몸으로, 춤 매력 있다.


10월 7일(금) 황금가래똥 시원하고 크고 많이. 체온 36.2까지 올라감. 체중 47킬로.

어깨 뒷목 아프던 거 사라짐. 몸 가벼움. 알레르기 비염 나았고 다시 안 옴. 종일 서울 성곽길 쏘다녀도 피곤 모름. 입맛 좋고 소화 잘됨. 독서력 좋고, 이해되고 재미있음. 글쓰기 부담 없이 쉽고 가볍게 할 수 있음.


10월 18일(화) 48kg

황금똥은 확실히 수준이 어느 급을 넘어선 듯. 오리지널 똥 색에 점도 있고 모양 좋고! 그럼에도 소식에는 자꾸 실패한다. 입맛 좋은데 어찌 만복감 안 들게 끝낼 수 있냐고! 소화가 잘 되니 감사 또 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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