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한 끼의 채식을 선택하는 행위가 훨씬 현실적인 실천이다.
어제 월요일 점심을 숙덕 함께 서울의 한 대학에서 먹었다. 8,500원에 푸짐한 채식으로. 먹는 내내 생각했고 이야기했다. 이런 가성비로 밖에서 맘 편히 비건식을 먹을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고. 비건의 고충을 대라면, 1번은 아마도 '밖에서 밥 먹을 곳 찾기 어려움' 아니겠나. 비건식당이라고 찾고 찾아 가보면 왜 그리 비싼지 원. 정크비건 말고 소박한 자연식채식 밥상을 찾긴 또 얼마나 어려운지.
거긴 비건식당을 표방하진 않지만 비건식 비율을 높인, 조촐한 뷔페식 직원식당이었다. 육식 메뉴 제외하고 골라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숙덕은 감지덕지 먹었다. 해초무침이며 김, 새싹, 방울토마토, 잎채소 샐러드, 현미밥 등 평소 내가 먹듯 자연식에 주력해서 먹었다. 젊은이들 중엔 컵라면도 곁들이는 게 보였다. 자본력 있는 대학이나 돼야 이 가격에 이 정도 선택지를 제공하는 거다.
"세상 사람들 모두 채식주의자가 된다면?" 내가 종종 하는 질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온 세상 사람이 모두 비건으로 돌아서면? 그럴 일이 실제 있으랴만, 마치 남북통일을 상상하듯, 상상하지 않을 수 없겠다. 종차별도 폭력도 살육도 피흘림도 없는 세상, 탄소배출 확 줄고, 환경파괴 줄고, 사람에게도 자연에게도 지속가능한 세상, 그런 세상을 누가 싫어하겠는가. 그런 세상은 어떻게 해야 올까?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고 했던가. 육식 관련 업으로 먹고사는 사람들, 육식으로 돌아가는 경제를 어찌할 것인가. 세상이 하루아침에 채식으로 돌아서면 엄청난 재앙이자 혼란임에 틀림없다. 동물을 생산하고 때려잡고 칼질하고 불에 지지는 경제, 그것을 둘러싸고 돌아가는 경제 활동과 자본들. 채식주의란 얼마나 한가한 소리겠는가. 육식의 종말은 그래서 스토피아와 닿아 있어 보인다.
8,500원의 행복 덕분에 그래도 나는 상상한다. 어느 날 갑자기 온 세상이 채식주의자가 되는 건 재앙이다. 지금 여기 한 끼의 채식을 선택하는 행위가 훨씬 현실적인 실천이다. 매일 한 끼, 매일 한 걸음, 채식자연식을. 육식의 폭력성을 싫어하고 비건을 택하는 사람. 점점 육식이 사양산업이 되는 세상. 하루하루 더 인간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로, 먹기로, 기후도 사람도 같이 살만한 세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