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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나를 길들이도록 내버려 두지 말라, 춤 테라피

일하는 페미니스트 치유와 창조성 회복을 위한 아프리카 춤 테라피

by 꿀벌 김화숙

그저께 월요일 저녁 오랜만에, 몇 년만에 춤을 추었다. 2시간 동안 땀흘리며 아주 신나게.


이름하여 '아프리카 춤 테라피', 올해로 시즌 9를 맞은 안산여성노동자회 '페미노동아카데미' 덕분이었다. 앉아서 강의로 듣는 페미니즘 대신 몸을 움직이는 "치유 페미니즘 in 안산"이란 제목으로 "일하는 페미니스트가 춤"추는 강좌였다. 퇴근 후 모인 여자들 19명이 권이은정 강사를 따라 낯선 아프리카 춤을 추며 몸과 맘을 이완하는 시간이었다.


전체 10주 강좌인데, 전반은 '춤 테라피' 6회, 후반은 '명상' 6회로 진행된다. 춤 첫 강좌가 그저께 월요일에 있었고, 오늘부터 수요일 저녁 5주간 나는 춤바람난 여자가 되는 거다. 생각해 보니 자연치유의 일환으로 문화센터에서 몇 년간 매주 춤을 추던 때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로 모든 게 멈춰진 후 춤추지 않는 여자로 살아왔나 보다. 글 쓴답시고 책 낸답시고 춤을 버리고 살았나 보다.


"춤(몸)은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춤에 관한 명언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마사 그레이엄의 말이다. 내 첫 책 《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에 카피로 들어갔을 정도다. 암 수술 후 내 몸을 내가 접수한 후, 몸을 돌보는 삶을 살면서 리사 랭킨의 책 《치유 혁명》으로 만난 문장이었다. 몸이 아프면 약이나 병원부터 찾을 게 아니라 몸이 보내는 소리로 귀기울여 듣고 몸이 하는 말을 따라 살라는 메시지였다.


가히 내 인생의 혁명이라 해도 아깝지 않은 말이다. 입으로 하는 말 보다 몸이 하는 말을 듣고자하고 알아듣게도주었기 때문이다. 몸으로 표현하는 말, 춤도 그렇고 질병도 그렇고 몸의 모든 움직임도 알고 보면 말인 셈이다. 오랜만에 몸을 움직여 춤을 추며 느꼈다. 내 몸이 많이 둔하다는 것을. 몸이 또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내 몸에게 감사했다. 몸을 움직여 말할 수 있어서. 몸을 움직여 무언가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복인지 확인 할 수 있었다. 강사 선생님의 동작을 도무지 제대로 따라할 수 없었다. 한 박자 느리게 하고, 엉성하게 흉내만 내고, 다리는 안 벌려지고, 허리도 안 굽혀지고. 이거야 말로 내 몸이 하는 말이었다. 보고 따라하는 건 10분의 1도 안 됐지만, 내 몸을 느끼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랬다. 몸과 함께 즐길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이사도라 덩컨이 한 멋진 말을 기억하는 시간이었다.


"당신은 한때 야생적이었다. 사람들이 당신을 길들이도록 내버려 두지 말라."


그래, 춤추는 내 몸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길들여지지 않겠다고, 야성이 살아있도록 몸을 돌보라고. 마음대로 가고 뜻대로 움직이고 온 몸으로 말하라고. 야성적인 나로 살라고 했다. 사람들이 나를 길들이도록 내버려 두지 말라. 암암, 아프리카 춤은 잘 모르겠고, 그래, 나는 오늘 저녁에도 자기돌봄 춤추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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