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대만, 먹거리의 밤

난리난리 대만여행(2) 스린야시장, 낯선 향을 처음으로 만난 시간

by 이설


저녁 식사 후 일정은 생각보다 빠듯했다.

물론 패키지 기본 관광만 한다면야 넉넉했겠지만,

우리뿐인데 더 많이 다녀봐야지! 하는 마음이 있어서

이미 어디 갈 곳 없나를 생각 중이었기 때문이다.




첫날 첫 관광은 스린야시장에서 시작했다.

가이드는 스린 야시장이 대만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라 천천히 둘러보려면 넉넉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정한 시간은 1시간!

1시간 안에 다 보자!

우린 가야 할 곳이 또 있어!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야시장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그 다짐은 너무도 쉽게 흔들렸다.

몇 걸음을 옮길 때마다 눈 돌아가는 먹거리들의 향연, 그 골목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행렬에 쉬이 빠져나오기란 어렵겠구나를 직감했다.

밤이 깨어 있는, 잠들지 않는 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었기에.


여행 전부터 이곳에서 스린야시장 하면 먹어봐야 할 리스트에 있는 음식이기도 했지만,

가이드 적극 추천 메뉴는 치즈감자였다.

본인도 이곳에 오면 꼭! 먹는다며 입구 쪽에 있는 가게를 향했다.

출구 쪽에는 유명한 지파이가 있으니 그것도 잊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그 가게를 가는 중 일행의 눈을 사로잡은 곳이 있었으니 바로 취두부가게였다.

유경험자 한 명과 먹어보고 싶다는 친구 한 명이 가게 앞에 섰다.

그래서 멋도 모르고 옆에 서 있었는데,

바람이 스륵~~ 부는 순간 나는 잽싸게 그곳을 도망쳐 나왔다.

세상에.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그 향에 화들짝 놀라고 만 것이다.

이게 무슨 냄새란 말인가!

도망친 우리를 보고 가이드도 나머지 친구들도 웃기 시작했지만, 다시 그 옆으로 갈 수는 없었다..

그런 용기는, 네.

접어두겠습니다.

그래도 취두부 하나를 가이드 도움으로 포장해서 우리는 다시 치즈감자를 향했다.


이 치즈감자 가게에 도착하니 가이드가 먼저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가이드가 받아 들기에 우리는 의심 없이 손을 내밀어 넘겨받을 준비를 했는데,

가이드가 슬쩍 자기 쪽으로 당기더니,

제 겁니다. 한다.

아.. 민망한 순간이었다.

그리고서는 이후에 우리 것을 주문해 줬다.

물론 계산을 각자 따로, 우리 건 우리가.

이 치즈 감자는 정말 먹을 만하다.

막 튀겨낸 감자 위에 녹아내리듯 가득한 치즈가 입맛을 돋웠다.

그렇게 한 번 먹거리에 맛을 들이니 이후에 여기서 먹어야 할 건 다 먹자! 의 전투적인 자세로 변하게 되었다.

생각이 변하자 이제 야시장은 빨리 대충보고 가야 할 곳이 아닌 먹거리 모험의 장소가 되었다.





그래서 다음 먹거리는 바로 후추빵.

그런데 아쉽게도 가장 유면 한 후추빵집은 그날이 휴무란다.

아쉬운 대로 열려있는 가게에서 돼지고기, 소고기 두 가지 맛을 구매했다.

커다란 항아리에 붙어 있는 후추빵을 꺼내는 모습은 무척이나 신기한 광경이었다.

거리에서 먹기는 버거운 상황이라 포장을 해서 또 거리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가이드가,

스린에서는 과일 사 먹지 말라고 했는데, 과일킬러 일행은 과일을 그냥 지나칠 수 없지.

구아바 위에 무언가 가미된 과일 한 봉지를 들고 무척 만족스러워했다.

이 정도면 가격 뭐 괜찮아. 하면서.



닭발도 한 봉지, 레모네이드 하나씩을 들고 어딘가 먹을 장소를 찾다,

현지인들이 앉아 먹고 있는 사원의 계단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하나씩 사 온 음식들을 기대감과 함께 열어 맛보았다.


그런데..

대부분 실패.

후추빵은 후추향보다는 고기의 누린내가 강했고 내가 먹지 못하는 닭발을 비렸다고 했다.

그리고 취두부.

그걸 여는 순간 나와 한 명은 또 생각의 겨를도 없이 벌떡 일어나 그 자리에서 도망을 갔다.

강렬하게 코끝을 때리는 그 향...!

처음 먹은 친구 왈,

생각보다 국물이 두부보다 괜찮다고 평했다.

하지만, 나에게 넘기 어려운 벽.

아.. 취두부.

잊지 못할 그 냄새는 정말 대만 여행 내내 코끝에서 함께 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상큼한 과일과 레모네이드는

그 맛들을 쓸어내려줬고, 배가 불러와도 먹거리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아직 남은 하나, 지파이가 있으니까!

드디어 스린 야시장을 나오는 출구가 보이지만 쉽게

내보내 주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그곳을 지키고 있는

지파이.

그 명성만큼이나 긴 줄은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드디어 손에 받아 쥐었을 때 그 크기에 감동했고 한입

먹었을 때 생각보다 부드럽게 뜯기는 식감에 감탄했다.

다만, 그 취두부의 향의 여운이 지파이에서 느껴지는

순간 조금 괴로웠고,

부른 배는 더 이상 받아들여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을 뿐.




스린 야시장은 그렇게 먹거리의 향연으로 마무리되었다.

인파에 치여 정신없었지만,

그 속에서 낯선 음식을 하나씩 경험하는 순간이 쌓이며

여행의 즐거움을 느꼈던 시간.

다시 대만을 찾는다면 화려한 스린보다,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조용한 야시장을 먼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이란 화려함보다는 소박함이 있을 때 그 진가가

보일 때가 있으니까.





그렇게 첫 번째 관광을 마치고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늦은 저녁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먼딩, 일명 서문정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밤의 시간은 또 어떤 설렘을 줄지 그 기대감에 들뜨기

시작한 가벼운 발걸음으로

우리는 스린의 기억을 뒤로하고 서문정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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