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밝은 슬픔 28화

에필로그

내 아이 이해하기

by 아름다운 관찰자

한참 병원에 가고 싶어 갈등을 하던 아이가 어느 날 유튜브로 보여 준 두 개의 동영상이 있었다. 그 영상들은 아이 자신이 어떠한지 엄마가 알아주고 자신을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어 있었고, 지금 돌이켜 보면 그런 자신을 고쳐주었으면 하는 소망도 들어 있었다. 처음 영상은 '경계성 인격 장애'의 증상들을 8개 정도 열거해 놓은 것이었고 두 번째 영상은 '거식증'에 걸린 아이에 대한 내용이었다. 보여 준 내용들이 우리 아이에게 거의 모두 해당되었었다. 정신적으로 우리 아이가 보인 증상들은 다음과 같았다. (영적인 어둠의 영으로 발작이 일어나는 것들은 사람의 힘으로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정신적인 문제와 구별할 수 있어야 하고 따로 조심스럽게 다루어져야 한다. 단순히 뇌의 기능적인 문제라면 자기에게 맞는 적절한 약을 찾는 것이 관건이다.)


첫째, 사람들의 작은 반응 하나에도 크게 불안해하고 극단적으로 반응한다. 그래서 아이는 최근에 고양이들과 함께하는 일상을 담은 영상을 인스타에 올리는 것을 그만두었다. 아빠와 동생의 반응과 평가에 상처를 받은 것이다. 둘째,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면 극단적으로 좋아해 이상화하다가 금세 미워하거나 가치 절하해서 관계가 급격히 변한다. 한 때 아이는 반주 선생님을 굉장히 좋아해 그 선생님만 하루 종일 생각하며 설레었는데 그 선생님의 단점이 보이자 바로 마음을 접었다. 셋째,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혼란스럽고 자주 변한다. 그래서 아이는 자신이 내린 결정들을 갈팡질팡 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쉽게 바꾸어 버린다. 넷째, 과소비, 폭식, 무분별한 성적행동, 음주, 약물 사용, 무모한 운전 같은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있는데 우리 아이는 아직 미성년자라 '과소비와 폭식'이 대표적이었다. 아이는 항상 사고 싶은 것이 있었고 그것을 가져야 했다. 먹고 싶은 음식도 배가 부른데도 필요이상 먹을 때가 많았다. 다섯째, 강한 감정 기복이 특징이다. 기분이 빠르게 변하고 분노, 불안, 우울을 매우 강하게 느낀다. 하루의 반이상 거의 매일이 이렇다. 여섯째, 늘 마음이 텅 빈 것 같고, 삶의 의미를 찾기 힘들어한다. 무의미하다는 말을 종종 했었는데 지금은 아기 고양이들을 보며 삶을 살아가고자 마음먹었다. 일곱째, 작은 일에도 화를 내거나 폭발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얼마 전에 잠깐 다녔던 고등학교를 지나치는데 시험기간이라 일찍 하교하는 학생들을 예상치 못하게 마주친 것만으로도 아이는 폭발적인 감정이 올라와 죽고 싶다며 길을 걷는 내내 울었다. 마지막으로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현실감이 사라지는 해리증상이나 피해망상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아이는 조그만 행동에도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하루 종일 사람들이 비난하는 듯한 목소리에 시달릴 때가 많다. 모든 관계와 감정과 정체성이 매우 불안정하고, 충동성이 강하며, 거절당하는 두려움이 굉장히 커서 솔직하기 힘들다. 그래서 속마음은 항상 따로 숨겨두고 다른 것들을 얘기할 때가 많아 진심을 파악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두 번째 영상은 오은영 박사가 나오는 어느 금쪽이에 대한 내용이었다. 거식증을 앓고 있는 10살 여자 아이의 이야기였다. 그 아이의 모든 행동의 동기와 핵심은 '살'에 있었는데 그 어린 여자 아이가 보인 말과 행동이 거의 우리 아이와 비슷했다. 심지어 동생이 자기보다 체중이 적게 나갈까 봐 그것을 걱정하여 엄마 이상으로 동생의 먹을 것을 챙기는 모습도 똑같았다. 그 아이에게 거식증이 찾아온 이유로 아이가 원래부터 타고난 '예민함과 완벽주의 성향'에 있다고 보았다. 또, 동생이 태어나면서부터는 모두 자기에게 맞추어져 있었던 자기 주변의 상황이 예측불가하고 도저히 통제가 안되니 그 모든 불안을 자기 몸을 통제하는 것으로 표출한다고도 보았다. 한편으론 동생에 대한 부모의 애정도를 비교해서 자기가 아파야 그나마 동생으로 향하는 부모의 관심도 독차지할 수 있다고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아이의 불안도를 낮춰주기 위해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과도하게 친절한 부모의 '경계 없는 양육 방식'도 아이의 병을 키웠다고 보고 있었다. 그 아이는 어떤 처방도 수행할 힘조차 없는 상태였기에 결국 제일 먼저는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거식증을 겪었던 내 아이를 더 정확히 파악하게 된 계기는 최근에 아이와 함께 보았던 어느 고양이에 관한 어느 수의사의 동영상에 있었다. 고양이가 한 집사로부터 애정을 듬뿍 받다가 집에 아기가 태어나거나 다른 고양이가 생기면 집사의 관심이 분산되어 전처럼 다가가도 집사가 예전과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게 되는데 그러면 고양이도 우울증에 걸려 음식을 거부하여 생명까지 잃는 경우도 봤다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다소 예민하고 여린 성격을 타고난 고양이도 이러한데 사람은 오죽 더할까? 내 아이도 결국 타고난 기질적 요인에 부모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환경적인 요인이 겹쳐 사랑과 관심이 충분치 못하게 되자 마음에 우울함이 쌓이게 되었고 극단적인 체형을 요구하는 발레까지 하여 그로 인해 섭식장애까지 왔었다고도 볼 수 있다.


아이는 지금 밖을 잘 나가지 못한다. 특히 자기를 아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는 동네는 자유로이 나갈 수가 없다. 친척들은 더더욱 만나기를 피한다. 음식을 적절하게 먹고 토하지 않아 지극히 정상적이고 건강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저체중이 아니기에 살이 붙은 자신의 모습을 보고 '살이 쪘다고 판단'을 받는 것이 너무나 무섭기 때문이다. 아이가 어려서부터 느꼈던- 외모로 판단하는 것이 다소 심한 '사람 사회'를 떠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인스타와 유튜브 등에 노출되어 있고 사회에 속해 살아가는 이상 사람들의 판단은 피할 수 없고 더구나 그것을 내면화하여 자신과 동일시 여기는 한 이런 속박의 굴레는 깨지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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