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에 대한 단상
정신을 집중한다는 것은 전적으로 현재에, 지금 여기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중략) 정신 집중 훈련이 처음엔 어려우리라. 마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처럼 생각되리라. 이것이 인내가 필요하다는 의미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모든 일에는 (이루어지는) 때가 있다. (그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인내하고) 억지로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알지 못한다면 사실상 우리는 결코 정신 집중도 또한 사랑의 기술도 배우지 못할 것이다. 인내가 어떤 것인지 알려면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 아이를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또 넘어져 도, 어린아이는 계속 시도하며 조금씩 고쳐나가서 결국 어느 날 엔가는 쓰러지지 않고 걷는다. 만일 어른이 중요한 일을 추구하면서 어린아이 같은 인내와 정신 집중에 도달한다면, 무슨 일인들 성취하지 못하랴!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때가 있다"는 말은 누군가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타이름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에리히 프롬의 문장에서는 다르게 다가왔다. 흐름에 맡기라는 말이 아니었다.
'억지로라도 할 필요가 있다'는 그의 말은, 억지스럽게라도 지치지 않고 묵묵히, 꾸준히 해내라는 뜻이었다.
계속해보고, 부딪혀보고, 견뎌봐야 비로소 만날 수 있는 것이 '때'라는 걸 단호하게 말하고 있었다.
그건 기다림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마모되어도 멈추지 않는 걸음으로 그 '때'를 향해 나아가는 태도다.
우리는 흔히 때를 기다리며 산다. 취업의 때, 사랑의 때, 성공의 때를 기다리며 조급해하거나 체념한다. 하지만 진짜 때는 기다림의 끝에 오는 선물이 아니다.
"아직 때가 아니야"라고 말할 때, 그것은 어쩌면 행동하지 않을 핑계를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준비가 완벽하지 않아서, 조건이 맞지 않아서, 확신이 서지 않아서 미루는 그 순간들 말이다.
하지만 때는 완벽한 조건 속에서 찾아오지 않는다. 오히려 불완전함 속에서, 확신 없는 발걸음 속에서, 실패를 반복하는 와중에서 조용히 익어간다.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 작은 행동들이 쌓여 어느 순간 문득 열리는 것이 바로 그 때다.
결국 때를 만난다는 것은 때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때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어쩌면 우리가 찾던 바로 그 때일지도 모른다.
나비의 끄적임에 잠시 머물러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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