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예고 없이 흔들린다.
갑자기 찾아온 이별,
설명되지 않는 불안, 의미 없어 보이는 하루들.
그럴 때마다 나는 다짐했다.
무너지지 말자. 버티자.
그런데 버틴다고 괜찮아지는 건 아니더라.
금 간 자리는 그대로였고,
무게는 언제든 다시 찾아왔다.
니체는 말했다.
“혼돈을 간직해야만 춤추는 별을 낳을 수 있다.”
지금도 지침이 찾아올 때면
이 문장을 조용히 꺼내 본다.
그리고 마음 한켠에 천천히 적어놓는다.
흔들리지 않았으면 나는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이렇게까지는 쓰지 않았을 거다.
그냥 평범하게 살았겠지.
그런데 삶이 크게 흔들리니까 붙잡을 게 필요했다.
그게 글이었다.
처음엔 버티려고 썼다.
마음이 흘러내리지 않게 붙들려고.
어떤 날은 한 줄도 못 썼다. 그것도 기록이었다.
그런데 쓰다 보니 이상한 변화가 일어났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글이 마음을 정리해 주는 게 아니라
나의 생각 방식 자체를 바꿔놓았다.
아,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그런 순간들이 쌓였다.
물론 꼭 아파야만 글을 쓰는 건 아니다.
즐겁고 좋아서 쓰는 사람들도 많다.
다만 나는 흔들림이 아니었다면
이 문을 열지 못했을 것이다.
글은 연고 같았다.
금방 낫진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마음이 천천히 붙었다.
그리고 나는 조금씩 달라졌다.
약했던 날과 희미하게 빛났던 날이
같은 페이지에 나란히 있을 때,
아, 나 자라고 있구나 싶었다.
이제는 글을 안 쓰는 삶이 잘 상상되지 않는다.
매일 의무처럼,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지는 않는다.
다만 빈틈 사이로 새어 나온 마음의 조각들이
어느새 긴 글이 되어 있곤 한다.
어쩌면 혼돈은 나를 잃게 하는 시간이 아니라
나에게로 데려다주는 과정이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글은 그 길을 걸어가게 해 준
나만의 방식이었다.
말로는 닿지 못해 문장을 썼고
기록하며 나는 나를 읽어냈다.
그렇게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나비의 끄적임에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