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조선인의 에세이 <디아스포라 기행>
나는 이 글을 브런치스토리에 올리기 이틀 전에 대학원 종합시험을 보았다. 세 과목을 준비했다. 한 과목은 한국현대희곡에 관한 것이었고, 두 과목은 한국현대시에 관한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함세덕 극작가와 시인으로서의 이상(이상은 생전 직업이 시인, 소설가, 수필가, 건축가, 화가로 다양했기에 여기서는 '시인으로서의'라고 서술했다.), 그리고 윤동주 시인에 대해 공부했다.
빨랫줄에 걸어 논
요에다 그린 지도
지난밤에 내 동생
오줌 싸 그린 지도
꿈에 가 본 엄마 계신
별나라 지돈가?
돈 벌러 간 아빠 계신
만주 땅 지돈가?
윤동주, <오줌싸개 지도>
윤동주 시인의 초기 시 <오줌싸개 지도>에는 '만주'라는 공간이 나온다. 만주의 특징으로 (1)주변성 (2)다민족 지대 (3)혼종성이 있다고 공부했다. 또, 윤동주 시인은 중국 만주 명동마을에서 태어나 늘 남쪽을 그리워하며 산 디아스포라라고 공부했다. 그 증거로는 시 <오줌싸개 지도>와 더불어 '만주에서 부른'이 부제인 <고향집>이라는 시도 있다.
나는 윤동주 시인에 대해 공부하면서 '디아스포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K가 보고 싶어(4)~(12)'에서는 책 <깐깐한 독서본능>에서 다룬 책들을 내가 다시 다루고 있는데, 그 책의 '4. 인문·사회 편'에 속한 열세 권의 책들 중에서 아무 망설임도 없이 바로 <디아스포라 기행>을 골랐다.
나는 책을 읽기 전에 표지부터 꼼꼼히 보는 편인데, 표지를 보고 의아했다. 왜냐하면 '서경식 지음, 김혜신 옮김'이라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서경식은 이름만 보면 한국인인데 왜 옮긴이가 있는 것일까? 한국어로 쓰이지 않은 원서가 따로 있는 것일까? 나는 표지를 넘기자마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지은이 서경식에 대한 설명. '1951년 일본 교토에서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나 1974년 와세다 대학 문학부 프랑스문학과를 졸업했다.' 아, 그렇구나. 그러니까 이 책은 일본어로 쓰였고 한국어로 번역되었겠구나. '한국어판을 펴내며'에는 더 자세하게 나와 있었다. '이 책은 일본의 월간지 ≪세카이≫에 2004년 6월부터 2005년 4월까지 11회에 걸쳐 연재한 에세이 <디아스포라 기행>을 가필한 것이다.'(10p)
'디아스포라 기행'이라는 제목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프롤로그에서 지은이는 '이 글은 '나'라는 한 사람의 디아스포라가 런던, 잘츠부르크, 카셀, 광주 등을 여행하면서, 각각의 장소에서 접한 사회적 양상과 예술작품을 테마로 현대의 디아스포라적 삶의 유래와 의의를 탐색하려 한 시도'(15p)라고 했다. 딱 맞는 제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은이가 여행한 많은 곳들 중에서도 광주에 대해 주로 서술해보려 한다. 나는 한국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세계사에 대한 지식은 풍부하지 않다. 그것이 광주에 대해 주로 서술하는 이유다. 다시 말해, 나에게는 '광주'가 나오는 부분, '2 폭력의 기억'이 가장 술술 읽혔다.
1990년 3월의 지은이의 느낌과 2000년 5월의 지은이의 느낌은 많이 달랐다. 전자는 지은이가 처음으로 광주를 찾았던 때였고, 후자는 지은이가 다시 광주로 향한 때였다. 1990년 3월, 지은이는 광주민주화항쟁에서 희생된 이들의 묘지가 있는 망월동과 자신의 형인 서준식이 고문을 받던 곳인 광주교도소를 가달라고 택시 기사의 눈치를 보며 말한다. 반면, 10년 만에 다시 찾은 광주에서는 대대적으로 민주화항쟁 20주년 기념행사를 한다. 여기서 윤이상 작곡의 <광주여 영원히!>라는 연주가 언급된다. 물론, 나는 유튜브로 그 연주를 들어보았다. 그 웅장함에 가슴이 벅차올라 눈물까지 찔끔 날 정도였다. 또, 언급된 미술 작품들 중에서 홍성담의 <고문>이라는 작품이 가장 인상 깊었다. 그것은 국가보안법에 의한 탄압으로써 홍성담 화가 본인이 물고문을 받은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윤이상, 홍성담과 같은 분들이 있어 지금의 민주적인 대한민국이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윤동주 시인의 시 <오줌싸개 지도>와 <고향집>, 그리고 재일조선인 서경식의 에세이 <디아스포라 기행>을 거쳐 <디아스포라와 한국문학>이라는 책에도 손을 뻗었다. 지금 쓰고 있는 글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책 <디아스포라와 한국문학>에 수록된 글 <고뇌와 지성: 서경식의 최근 글쓰기와 사유에 대해>도 읽어 보았다. '디아스포라'의 향연이다. 그리고 나는 나의 이 '디아스포라'에 대한 관심이 앞으로 내가 쓸 박사논문의 주제가 될지도 모른다며 기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