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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세우는 작고 단단한 글쓰기 27화

아무도 안 본다

by 해리포테이토

어느 날 NY가 말했다.

"누가 내 글을 보는 게 부끄러워요."

"뭐가 부끄러워요?"

"너무 못 쓴 거 같아요."

"너무 못 쓰지는 않았어요."


내가 덧붙였다.

"70점 정도 돼요."

70점이 마음에 들었는지 NY가 시원하게 웃었다.

내가 말했다.

"저도 70점을 목표로 써요."


점수로 말하는 건 안 될 말이지만 나는 점수로 말을 했다. 숫자로 얘기하면 정확하게 와 닿는다. 말과 다르게 글이 좋은 것은 계속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계속 고치면 90점 이상으로 간다. 간혹 너무 고치다가 글이 너덜너덜해져서 휴지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책장에 꽃힌 책들을 가리키며 내가 말했다.

"저기 책들 있잖아요. 다 80점이에요. 100점짜리는 없어요."

거짓말이 뻔히 보이는 위로다. NY는 고개를 갸웃하며 안 믿는 눈치였지만 그럭저럭 마음에 드는 말이었나보다.


나는 또 위로랍시고 말을 한다.

"블로그에 쓴 글,"

아주 중요한 정보를 말해주듯 낮은 목소리로.

"어차피 아무도 안 봐요."


"맞아요. 아무도 안 봐요."

NY는 아주 흡족하게 웃으며 맞장구쳤다.


아무도 안 본다는 말은 거짓 위로다.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아무도 안 본다고 의도적인 거짓말을 함으로써 일단 안심을 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용기 내어 써볼 수 있다. 또 하나는 그래도 누군가는 본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허무한 글쓰기는 아니다. 적어도 내가 보니까.


잘 써야 한다는 정당한 욕망이 글을 못 쓰게 한다. 그러니 "아무도 안 본다"고, "70점이면 흡족하다"고.


그런데 정작 자신이 70점짜리 글을 쓴다고 썼는데, 누군가 보기에게는 90점일 수도 있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60점 이하일 수도 있다. 대개 사람들은 본인에게, 글을 쓰는 사람들은 대체로 본인 자신에게 엄격하기에, 글을 잘 쓰고 싶어하는 것,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은 스스로의 기준이 높아서, 실상 70점이 만점이다. 30점은 여백이며 그 여백이 아름다움을 만든다.



오늘 당신의 마음을 세우는 문장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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