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 " you "

매일 연재 (평일) / 세상의 모든 글 / 너라는 마침표가 고맙다.

by 글하루

갑자기 한 글자

떠오를 때면

역시나

당신이었다


써내려 갈 때마다

한 글자가 한 글자를

데려오는

또박또박 글걸음


강은 방향 없이 흘러도

결국 바다란 걸 알고 있다.


어느 순간 모든 시간

결국

기승전 " you "




"사랑은 출발선이 결승선인 것 같아"

"뭔 말?"

"사랑하면 그 사람으로 시작해서 그 사람으로 끝나잖아."

"아하.... 그럼 사랑하자마자 바로 끝나는 건가?"

살짝 째려봤다.

"웃자는 소리야."

웃는데 장사 없다. 나는 말을 이었다.

"아니지. 그냥 계속 뛰고 있는 거지.. 사랑은 쭉 하는 거야.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거지."

"그리고, 사랑이 왜 좋은 줄 알아?"

"왜?"

"사랑하면 밥 먹지 않아도 속이 든든하거든."


삼차방정식보다 어렵다던 사랑도 쉬울 때가 있다.

그건 사랑에 빠져있을 때다.

글을 못 쓰던 사람도 사랑에 빠지면 막 휘갈겨 써도 대상을 받는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위대한 작가보다 더 뛰어난 글이 나오는 순간이다.

한마디로 사랑은 천하무적 신화급 아이템인 것이지.


가끔 하얀 종이 위에 목적 없이 내용 없이, 생각나는 대로 써내려 갈 때가 있다.

글을 필사하기도 하고, 노래 들으며 가사를 받아 써 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뜬금없이 불현듯 얼굴이 스치며 무언가로 글이 툭 막힘없이 튈 때도 있다.

막힘없는 글에는 다 이유가 있다.

누군가의 얼굴을 많이 닮은 글이 한 줄 펜에서 흘러내린다.


글을 쓰며 글이 차곡차곡 흐른다는 생각을 했다.

시냇물이 강물에 닿고 강물이 흘러 바다에 닿는다.

흐르는 모든 것은 작든 크든 어디로 가든 상관없이

결국은 바다에 닿는다.

바다로 가기 위해 거기로 저기로 흐르는 것이다.


나의 글은 그 시냇물이며 강물이었다.

어디에서 시작하든 결국은 너에게 흔들리며 흐른다.

강물이 어디로 흐르던 결국 바다에 닿듯이

써내려 가는 글은 결국 너에게 닿았다.

모든 끝이 너라서 나는 행복하고 안심이 된다.


밤은 마음 안의 것들을 꺼내어 보기 좋다.

밖으로 나오는 녀석은 은밀해서 숨기 좋은 어둠을 좋아한다.

짙은 밤을 넘어온 글은 지쳐서 종이 위에서 잠든다.

그러면 나는 노트를 고이 접어 이불을 덮어 주고는

깨지 않게 조용히 자리를 비껴 준다.

아무리 어두워도 방향을 잃지 않는 등대 같이

사막을 헤매어도 길을 찾는 나침반처럼

수많은 별들 중에 항상 같은 자리를 지켜주는 북두칠성처럼

나는 결국 너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


그렇게 나는

수없는 별들 중에 지금

너를 보고 있다.


내가 글을 쓴다는 건

결국

기승전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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