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이거 너무 거슬려서 제거하고 싶은데 이거 뭔가요?"
"아, 비립종이 생기셨네요."
"갑자기 이런 게 많이 생기는데, 이거 대체 왜 생기는 거예요?"
"나이 들면서 그냥 생기는 거예요."
대부분의 환자들이 어떤 진단명을 들으면 왜 생기는지 원인을 알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검버섯이 노화 때문에 생긴다는 인식은 어느 정도 있는 반면, 비립종은 남녀노소 누구나 생기기에 왜 생기는지를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원인들과 가능성에 대해서 다 설명해주기에는 너무 길고 환자들도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에 보통 위와 같은 대화로 진행된다. 위의 설명이 대부분의 경우에 해당하기는 하지만 꼭 노화가 아니어도 비립종은 생길 수 있다.
이제 진료실에서 설명을 못다 한 비립종이 생기는 원인에 대해 알아보자.
비립종은 진피층에 있는 상피세포에서 유래하게 되는데 모낭이나 땀샘이 분화되면서 만들어지는 주머니와 그 안에 각질이 쌓이면서 생긴 노란 덩어리로 이루어진다. 대부분은 유래된 조직과 연결되지 않은 독립적인 주머니 형태를 띠지만 드물게 연결되어있는 경우도 있다. 독립적으로 온전한 구형태의 주머니다 보니 안의 각질 덩어리가 나올 곳이 없어서 단순 압출로는 제거가 안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각질 덩어리가 커지면서 크기가 증가할 수 있다.
비립종은 원발성과 속발성으로 나뉘는데 원발성은 말 그대로 특별한 이유 없이 생기는 것이고, 속발성은 다른 원인에 의해 2차적으로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신생아나 소아, 청소년기에 생기는 경우는 대부분 원발성이며, 성인에서도 원발성으로 생기는 경우들이 있다. 신생아 시기에 생기는 원발성 비립종은 자연적으로 없어지기도 하지만 지속되는 경우도 있고, 청소년이나 성인의 경우는 대부분 제거가 필요하다.
속발성은 물집 질환, 화상, 외상, 수술 흉터 등 진피층 깊이의 손상이 발생한 이후에 생기게 된다. 아무래도 진피층 손상으로 모낭이나 땀샘이 재형성되는 과정에서 분화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되며, 이 경우에도 제거가 필요하다.
원발성은 그냥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딱히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고, 속발성의 경우 외상이나 화상 등을 입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수술 흉터 같은 경우 쌍꺼풀 수술이나 안면거상술 같이 미용적인 목적으로 하는 수술의 경우 수술 부위 비립종이 생길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 외에도 비립종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으로는 과도한 피부 마찰과 영양크림 같은 유분감이 심한 크림 사용을 들 수 있다. 유분감이 심한 크림 자체가 문제일지, 아니면 너무 기름지다 보니 흡수를 위해 바른 부위에 과도하게 마찰을 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눈가에 아이크림을 바르고 비립종이 생기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따라서 세안을 할 때나 스킨로션을 바를 때도 너무 마찰을 강하게 하지 않는 것이 좋고, 화장품도 개수를 줄이고 문질러서 흡수하기보다는 두드려서 흡수시키는 게 비립종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