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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관 Dec 02. 2020

변이 하는 세계와 이변의 사람들 292

11장 4일째 저녁

292.


 모던타임스라는 이름은 카페의 주인이 모던타임스를 좋아해서 만들어진 카페였다. 카페 안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원목의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벽면은 붉은 벽돌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고 한쪽 벽면에는 천장에 붙은 작은 영사기가 돌아가며 영화 모던타임스가 반복되고 있었다. 영화 모던타임스는 채플린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제외하고 무성영화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그냥 눈으로만 영화를 봐도 찰리 채플린의 처절한 코미디를 볼 수 있었다.


 는개는 커피 잔을 두고 모던타임스가 상영되고 있는 홀 가운데 테이블에 앉아서 책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카페 안에는 러시안 레드의 ‘i hate you i love you’가 물수제비처럼 퍼지고 있었다. 러시안 레드의 노래 대부분 노래 속에서 이야기가 느껴졌다. 어떤 사연이나 풍경 등, 자신이 겪은 일들이 일일이 가사로 풀어내고 음을 만들어 노래로 부르고 있었다. 그렇게 하기란 만만찮은 일이다. 그런 식으로 노래를 부르는 싱어 송 라이터들은 가수의 수명이 길 수밖에 없다. 러시안 레드의 신비스러운 목소리와 노래는 욘시의 분위기와도 흡사했다. 물론 마동만의 생각이었다.


 는개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녀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가서 맞은편에 앉았다. 그제야 는개가 고개를 들었다. 얼굴에서 시작되는 목선이 위태롭게 보였다. 어쩐지 수척해진 느낌이었다. 더불어 는개의 모습에서는 사라 발렌샤 얀시엔에게서 보였던 견고한 관능이 감지되었다.


 “얼굴이 좋아 보여요. 전 당신 얼굴이 꽤 망가져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아서 실망했다는 말이군.”


 는개는 마동의 말에 그렇다는 듯 미소를 보였다.


 “어째서 나보다 얼굴이 더 괜찮아 보이죠? 심하게 아픈 사람이?”


 “방금 샤워를 하고 나왔거든.”


 마동의 말에 는개는 재미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대형 출판사에서 나온 안톤 체호프의 단편집을 읽고 있었다. 마동에게는 다른 출판사의 같은 제목의 문고본이 있었다.


 꽤 오래된 책이지만.


 마동은 커피를 받아서 왔다. 여름에도 뜨거운 커피만 고집하는 마동이었다. 이유는 없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을 마시던 그 맛에 대해서 더 이상 그대로 다가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는개 역시 뜨거운 커피를 마셨던 모양이었다. 커피 잔과 식어버린 커피가 증명해주고 있었다.


 “저 당신이 읽고 있는 걸 언젠가 본 적이 있어서 구입해서 읽고 있어요. 우습죠? 당신이 읽는 책과 같은 책을 구입하려고 했지만 절판되었더군요.” 는개는 책을 들어 보이며 여트막한 미소를 보였다. 책을 집어 든 손가락이 가늘어서 빨리 밥을 달라고 하는 듯했다.


 마동은 거짓말 마, 하는 표정을 지었고 는개는 재미있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는개는 의자에 앉아있어도 몸매가 드러났다. 하얀색 블라우스가 타이트하게 상체를 조여 주었다. 그녀는 몸매 관리를 꾸준하게 해서 그런지 군살이 없었다. 는개는 대학교 초년 시절부터 운동을 해왔다고 했다. 그녀는 회사에서 입고 있는 여름 정장 차림 그대로 왔다. 치마도 타이트했고 그 타이트함으로 다리가 아찔하게 드러났다. 발찌를 차고 있는 얇은 발목은 같은 여성들의 시선을 발목으로 집중시켰다. 는개는 어떤 옷을 입어도 옷이 그녀의 몸에 달라붙었다. 그러한 그녀가 한 손에 책을 들고 마동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구입한 안톤 체호프의 문고본은 오래된 책이니까. 시대는 앞으로 나아가고 모든 것은 거기에 맞춰가는 것이거든.”


 마동은 머피 잔을 두 손으로 감싸고 있었지만 마시지는 않았다. 그런 마동의 손을 는개는 잠시 쳐다보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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